KBS 이인호 이사장의 프로그램 편성 개입 발언 후 해당 프로그램이 조기종영 됐다는 의혹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확인에 나선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방송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KBS 이인호 이사장이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편성개입 의혹에 관해 사실확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뿌리깊은 미래>는 4부작으로 기획 돼 있었으나 2회 방영 끝에 조기에 종영됐다”면서 “1회 방영 후 이 이사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 11일 KBS 임시이사회 소집 전에 이사들에게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권유했다. 이사회에서 이 이사장은 <뿌리깊은 미래>에 관해 “북한의 입장에서 쓴 듯한 내레이션이 있다”, “외부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고 일부는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화면 갈무리.
 

김 위원은 KBS 이사회 속기록 공개를 요구했으며 이 이사장의 발언이 조기종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KBS 임시이사회의 속기록이 공개되지 않았다. 방통위 사무처는 KBS이사회에 당일 속기록을 받아 정확한 발언내용을 파악해 알려주길 바란다”면서 “조기종영의 진위 또한 파악해 이 이사장이 프로그램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는 등 방송법 위반을 했는지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KBS PD협회는 KBS 임시이사회 다음날인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의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전체 KBS 프로그램의 내용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양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의 내외부의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를 프로그램 개입의, 그리고 이념 전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 KBS 이인호 이사장. ⓒ 연합뉴스
 

김 위원은 “이 이사장은 역사관이 편향돼 있다”면서 “그의 역사관이 KBS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쳐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임명 때부터 제기됐고, 지금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고삼석 상임위원 역시 “이 이사장의 해당 발언은 편성자율성을 침해했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 이사장이 해당 발언을 했는지 사실확인을 한 다음, 사실이라면 조기종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실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방통위가 KBS편성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를 유념해서 법적절차를 검토한 이후에 사실관계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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