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요청하신 사항은 귀하에게는 비공개임을 알려드립니다”

시민단체 ‘주민참여’의 최동길 대표는 24일 인천 남구로부터 황당한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 지난 11일 최 대표는 인천시 남구에 ‘구청장 전용관용차 운행거리, 구입가격, 주행거리, 주유비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인천시 남구청에서 최 대표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번처럼 “귀하에게는 비공개”라고 하면서 정보공개법에서 정해놓은 비공개 사유도 들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통보한 것은 처음이다. 최 대표는 “정보공개청구는 법률로 보장되는 시민의 알권리인데 박우섭 구청장은 정보공개법상 근거 법령도 없이 정당한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는 △법률 혹은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해 비밀 또는 비공개로 정해진 정보 △안보국방통일외교 관련된 정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및 공공안전과 관련된 정보 △진행 중인 재판 수사와 관련된 정보 △감사 감독 계약 의사결정 관련 정보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정보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정보 등이다. [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 기자도 어려운 정보공개청구, 잘 하는 일곱 가지 방법

인천 남구청에서 비공개를 결정한 사유는 무엇일까? 남구청 정보공개를 담당하는 총무과 문미희 팀장은 “최동길 대표는 청구가 심해서(청구 건수가 많아서) 비공개처리를 하도록 결정했다”며 “지난 2013년 외부에서 교수·변호사, 구청 간부들이 모인 조직인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 ‘주민참여’의 최동길 대표가 24일 인천 남구로부터 받은 비공개 결정 통보 화면 갈무리. (자료 = 최동길 대표 제공)

 

 

이는 그동안 구청장의 관용차 사용내역이나 업무추진비 정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보공개청구 했던 최 대표에 대한 괘씸죄라고 볼 수 있다. 정보공개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사무국장은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촉직과 당연직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의 경우는 구청장의 영향을 받는 위치”라며 “특정인에게만 비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주민참여’에 따르면 남구청은 지난 2013년 12월 업무추진비 정보를 비공개 결정을 내린데 대해 지난 2014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비공개 근거 법령 및 근거 사유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신의칙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보를 공개하라며 시정권고했다. 최 대표는 “박우섭 구청장의 업무추진비나 관용차 사용에 대한 비위 행위가 드러난 적이 있는데 이후부터 비공개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의신청, 행정심판, 국민권익위 권고 등에서 비공개가 부당하다고 드러나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인천시 남구청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정보공개를 통해 박 구청장이 업무추진비를 예산 목적 외에 사용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실, 관용차의 차량일지 작성을 소홀한 사실, 선택요일제 위반 사실 등이 드러났다. 최 대표는 “지난 2011년 박 구청장이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에게 업무추진비로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 현금 10만원을 제공한 사실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아냈다”며 “전국 최하위권인 남구청의 청렴도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던 박 구청장이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천 10개 군·구 중 인천남구는 청렴도가 가장 낮았고, 수년간 전국 70여개 구청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최 대표는 “청렴도 지수가 낮은 것은 곧 부정과 부패”라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이 청렴도를 올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돼 각종 비위 행위에 이어 투명하지 않은 행정을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선거에 유일한 비국회의원 자격으로 출마해 파란을 일으켜 깜짝스타로 주목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박 구청장은 과거 고 김근태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민주화 운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3번의 제적·3년의 수배생활·3번의 수감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당선되며 민선 3, 5, 6기 인천시 남구청장을 지내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