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대리점 사장들이 모인 대리점협의회(협의회) 회원 중 일부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협의회 집행부 7명을 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013년 협의회는 밀어내기 갑질에 대해 남양유업을 고소했고 수사 진행 중 취하조건으로 남양유업으로부터 기금형태로 돈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집행부 및 대의원들이 부당하게 많은 돈을 자신들의 공로금으로 배정해 업무상 횡령내지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지난 2013년 1월말 대리점주 113명이 모여 협의회를 만들었다. 같은해 3월 협의회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판매 강요 행위에 대해 남양유업 대표 등 관계자를 고소했고, 같은해 7월 남양유업이 30억 원의 기금을 내는 조건으로 협의회는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기금과 별도로 개별보상금이 결정됐다. 남양유업과 협의회의 대리인들이 중재인을 통해 합의한 개별보상금은 각 대리점 5년간 총매출액의 평균 3.5%이었다. 회원들 사이에서 3.5%가 터무니없는 액수라는 반발이 나왔다. 밀어내기가 평균 매출의 20%이상 이루어지고 있었고, 당시 갑질 논란에 대한 여론도 협의회에 유리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협의회는 개별보상금으로 매출액의 10%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위기였다. 

이에 협의회 회원이었던 한온자(명동대리점 주)씨는 “회원들은 (밀어내기)입증 자료가 없으니까 남양이랑 개별협상 내지 민사소송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낮은 금액으로 개별보상금과 균등분배금을 정해놓고 집행부·대의원들은 30억 기금안에서 따로 많은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총 40억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는데 합의했고, 같은해 7월 협의회는 총회를 열어 동의했다. 협의회는 이중 20억은 회원들 간 균등분배(n분의1)하고 나머지 20억원은 협의회 운영금 4억, 참여연대 등 연대단체에 기부금 5000만원, 중재인 및 변호사 보수 2억원, 협의회 회원 공로자 공로금 명목으로 지급하자는 논의도 진행했다. 

회원 중 10여명은 공로자 몫의 공로금이 너무 많다며 총회 도중 퇴장했고, 이들은 40억원의 분배 내역을 내용으로 하는 이행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협의회 회원들이 접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애초 남양유업과 협의회는 40억을 모두 세금이 없는 위로금으로 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회원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 기금 30억원에서 세금을 제한 20억6400만원을 협의회에 지급됐다. 

고소인들은 위로금이 기금으로 바뀌면서 전체 몫이 줄어들게 만든데 대해 회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과 위로금이 아닌 기금을 가지고 공로금을 지급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공로금 지급은 무효이며 현 집행부 및 대의원들의 행위가 업무상 횡령내지는 배임죄라는 입장이다. 

협의회를 탈퇴한 한온자씨는 “협의회 규약상 회원들은 차별받지 않고 직책에 대한 특권도 인정할 수 없는데 동의서에 서명안하면 공로금에서 배제당하고, 공로금도 200여만원~7000여만원으로 회원간 차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남양유업에 받은 20억6400만원 중 6억5000만원은 이행동의서 미제출자인 14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회원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했고, 12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공로금으로 일부회원 및 집행부에 지급했다. 협의회는 아직 외부단체 기부금, 변호사 보수 등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결제하지 않은 상태다.

한씨는 “갑을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들도 많이 힘을 실어줬는데 집행부 몇 명이 이렇게 자신들 이익을 위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눈감고 있다”며 “협의회 초대 회장은 단식까지 하면서 밀어내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가 지금은 협의회에서 쫓겨났고 그 뒤로 협의회는 돈 가지고 싸우는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 갑질논란의 발단이 된 남양유업. (사진=조윤호 기자)
 

피고소인인 김대형씨(협의회 대의원)는 “당시 협의회 회원들이 매출의 3.5%에 대해 거부했다면 지금 불만이 없는데 그때는 돈이 급하니까 받아놓고 이제야 협상을 잘못했느니, 집행부가 회사 측 스파이라느니 루머를 퍼뜨리는 불순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년간 대리점과 가정 다 내던지고 이일에 매달려 왔는데 액수를 똑같이 나누는 것은 균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집회 한두번 나오고 수천만원씩 공로금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로금을 받은 회원들 중 가장 큰 금액인 7100여만원을 받았지만 자신의 몫이 적다는 이유로 협의회를 상대로 추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고소를 당한 협의회 유경현 대의원 의장은 “처음에 밀어내기 총액 2200억 중 10%인 220억은 받을 수 있겠다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이창섭 협의회 전 회장이 기금 30억에 개별보상금 매출 3.5%로 몫을 줄인데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 전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회원들과 지금까지 싸움을 이끌어 왔다”며 “이 전회장과 일부 대리점주들이 자신들 의견대로 균등분배를 하지 않자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어기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장은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있다 보니 집행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회원들 사이에도 갈등이 많다”며 “결국 돈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행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고소인과 집행부 관계자 양쪽 모두는 “남양유업이 고깃덩어리 하나 던져놓고 구경하면서 우리끼리 싸우는 꼴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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