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아직도 광화문에서 농성 중이다. 각지에서 노동자들의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자동차·스타케미칼·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의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 서울시청에서 농성 중인 서울시 버스정류장 청소 노동자들은 고향을 찾지 못했다.

지난 연휴기간 동안 KBS, SBS, JTBC는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절규 역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MBC의 보도행태는 같은 공영방송인 KBS와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KBS는 지난 19일 <뉴스9>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소식을 자세하게 다뤘다. 광화문 농성장의 합동차례 뿐 아니라 안산 합동분향소, 진도 팽목항의 소식도 전했다. 동혁군의 어머니인 김성실씨를 비롯해 유가족 3명과 인터뷰도 했다.

   
▲ KBS, SBS, JTBC의 지난 19일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KBS <뉴스9>은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에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보도하며 간접고용 문제를 짚었다.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았다.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용자 대표를 정해 노조와 단일 창구로 협상하는 EU의 사례를 소개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회사에 교섭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마무리했다. 

민영방송인 SBS의 메인뉴스 <8뉴스>도 지난 19일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 쌍용자동차 고공농성장, 세월호 참사 광화문 농성장을 찾았다. 같은 날 종합편성채널인 JTBC 역시 메인뉴스에서 광화문과 고공농성장 소식을 보도했다. JTBC는 서울시청에서 노숙농성 중인 서울시 버스정류장 청소 노동자들의 소식도 전했다.

이처럼 타 방송사들이 다룬 사안을 MBC <뉴스데스크>는 외면했다. 다른 공영방송은 물론 민영방송들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당일에도 MBC는 지상파 메인뉴스 중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차례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바 있다.(관련기사: MBC뉴스와 인간에 대한 예의)   

   
▲ 지난 18일, 1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물론 사안마다 기사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언론사의 고유권한이다. 보다 중요한 뉴스가 있다면 노동자들과 세월호 유가족 소식이 보도대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휴 동안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사안 중 특별한 뉴스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윷놀이에서 모가 잘 나오는 비법을 소개했다. 연휴 둘째날인 지난 19일에는 경북 안동지방에서 제사상에 문어를 올리는 이유를 기사화했다. 윷놀이 비법 보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직 설 연휴가 3일 남아 있다. 남은 기간 동안 MBC를 향한 우려를 MBC 스스로 불식시켰으면 한다. MBC<뉴스데스크>가 명절에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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