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됐다. 가까스로 낙마를 피하기는 했지만 임기 시작 전부터 동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으로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과반을 겨우 넘는 찬성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3수 끝에 총리만들기에 성공했지만 실익은 야당이 챙겼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음은 17일 아침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완구 총리 인준...15년만에 최저 찬성률>
국민일보 <‘총리인준’ 3수 만에 탁걸이 통과>
동아일보 <쓴소리-소통 제대로 해낼까>
서울신문 <7표차 가결...‘턱걸이’ 책임총리>
세계일보 <7표차...한숨 돌린 이완구>
조선일보 <박 정부 3수 끝에 새 총리>
중앙일보 <최우선 복지 ‘송파 세 모녀 구하라’>
한겨레 <여당까지 반란..상처뿐인 ‘반쪽 총리‘>
한국일보 <이완구 가까스로 삼청동 간다>

턱걸이 통과 이완구, 제 역할 할 수 있을까?

이 총리는 임명동의안 투표에서 총 281명의 여야 국회의원 가운데 찬성 148표를 받았다. 2000년 이한동 총리 이후 15년 만에 최저 찬성률을 보여 ‘턱걸이 총리’가 됐다.

반대는 128표 무효 5표다. 투표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은 155명이다. 무기명투표이기 때문에 정확한 표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여당에서만 최소 7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이 후보자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새정치연합 충청권 의원 일부 등의 야당 이탈표가 있다면 여권에서 반대한 의원은 두 자릿수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이 총리를 이명박 정부 때 정운천 전 총리에 비유했다. “정 전 총리는 1년여의 재직 기간 동안 극심한 여야대립과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으로 국정난맥 중심에 섰고, 차기 대권 후보군에서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중략) 차기 대권 후보라는 기대감이 상당 부분 빠질 만큼 인준과정에서 얻은 상처가 컸다.”

이 총리에 대한 우려는 아침신문 사설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일보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비판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총리의 병역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감안하면 그를 둘러싼 문제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낙마한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실제론 ‘정치적 부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숱한 흠을 드러낸 이 총리, 그런 사람을 총리로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도 청와대 뜻을 받들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여당이 합작해 자초한 일”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이 총리에 대해 “공직을 업으로 삼아 온 사람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의혹과 흠결투성이”라고 지적했다.

   
▲ 17일자 한겨레 기사.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 후속 개각이 ‘관건’

이 후보자의 총리 인선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청와대 개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20%대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던 상황에서 이 총리 지명을 통해 개각에도 추진력을 얻으려 했으나 사실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만일 대통령비서실장 교체를 비롯한 개각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진다면 청와대로선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따라서 청와대는 개각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비서실장 못지않게 장관 후임자 물색에도 상당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오늘(17일) 개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개각이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개각이 설 연휴 뒤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에 걸맞은 신선한 인물이 아니라면 설 연휴 이후로 발표를 미루는 게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물난에 따라 개각 부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동아일보는 “이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만큼 박 대통령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의 미숙함 드러났음에도 ‘단결’은 성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표결에서는 졌지만 사실상 ‘판정승’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표결에 참여한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경향신문은 “새정치연합은 투표 불참 시 ‘의회 무시, 3연속 총리 발목잡기’ 비판을 받아야 했다”고 보도했다.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성과는 내부단결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이 다시금 불거졌으나 이번 표결에서 내부이탈을 막아 단결된 이미지를 보였다. 장하나 의원은 출산 닷새 만에 본회의장에 나타났고 진선미 의원은 시모상에서도 표결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대외적으로도 단결된 이미지를 대외적으로도 굳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최선의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갖은 결격사유가 드러났음에도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야당이 표결을 늦춘 것이 별다른 실익이 있지 않았다. 만일 지난주 표결에 부쳤다면 새누리당은 ‘동원령’을 내리지 못해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이왕 표결을 늦췄다면 여론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동아일보 보도에서 수도권 재선의원이 “첫날 보이콧을 하고 여론을 우리 쪽으로 끌고 왔어야 했다”고 말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후보의 ‘여론조사 승부수’는 실책으로 꼽힌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호남총리론, 여론조사 제안은 정부, 여당 지지층의 역결집을 부른 전략적 실수”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역시 여론조사 승부수를 두고 “정무적 판단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의 자기위안?

언론들은 이 총리 인선과정을 되돌아보며 이완구 녹취록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 총리 사설과 별개로 녹취록을 주제로 사설을 썼다. 이 신문은 “이번 녹취록 사건은 일차적으로 언론을 통제 대상으로 본 이완구 후보자의 문제”라며 “그러나 언론이 침묵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 침묵함으로써 언론 윤리의 문제로 비화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녹취록 문제를 다시금 짚고 넘어갔다. 한겨레의 지적처럼 문제를 ‘언론윤리’의 문제로 비화시켰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 후보자가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에 대해 야당에 녹음파일을 넘긴 건 취재윤리를 저버린 행위”라며 “이 기회에 모든 언론이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취재윤리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완구 총리와 함께 김치찌개 집에 있었던 기자가 소속된 언론 중 하나다.

   
▲ 17일자 한겨레 사설.
 

복지 말하는 중앙일보, 결론은 복지축소?

중앙일보는 스웨덴 출신인 스벤 호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스웨덴의 모델을 통해 한국의 복지 문제 해결을 논하기 위해서다. 스벤 호트 교수는 증세,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상황과 스웨덴 상황을 대입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중앙일보는 스웨덴이 “1991~1993년 경제정책 실패와 과도한 복지 지출로 성장 및 경제위기를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복지지출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스웨덴과 처한 상황이다 다르다.

스벤 호트 교수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적게 벌든 많이 벌든 그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슈처리치에게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발상은 포퓰리즘적 시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낮은 법인세 등 사실상의 부자감세가 이뤄지는 한국의 세금체계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창간기획으로 마련한 설문조사에서도 복지문제를 다뤘다. 일반인 1000명과 복지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일반 국민 응답자의 25.8%, 전문가의 56.7%가 빈곤층 지원에 우선 지출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교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복지 예산이 2.2배가 됐지만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왜돼 계층 격차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무상급식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35.5%에 달했다며 우회적으로 무상복지 축소를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세모녀 사건을 언급한 1면 기사에서도 반복된다. 창간기획으로 복지를 챙기는 중앙일보. 결론은 부자증세 반대와 보편적 복지 축소로 귀결됐다.

   
▲ 17일자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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