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로 볼 때 지상파 광고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이제는 풀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KBS 뉴스9)
“지상파에 편중된 광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MBN 뉴스8)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다룬 지난 13일 KBS와 MBN의 메인뉴스 앵커멘트다. 같은 사안이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날 지상파 방송3사와 JTBC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은 메인뉴스에서 해당 사안을 자사에 유리하게끔 보도했다. 종편 3사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과 통계 등을 왜곡해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는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안 입법을 앞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지상파의 이익이 크지 않다는 지상파방송사의 입장과 지상파 몰아주기라는 유료방송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개정안이 가상광고, 간접광고 규제완화 등을 담고 있어 시민사회단체가 시청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지상파 3사는 지상파의 비대칭 광고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업계의 주장은 단편적으로 보도했다. 이 같은 특성은 리포트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KBS는 <“과도한 지상파 광고규제 풀어야”>, MBC는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 SBS는 <“좋은 콘텐츠 만들 선순환 구조 필요”>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특히 MBC는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라고 리포트 제목을 뽑았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적지 않은 패널들이 ‘광고시장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가상광고·간접광고 규제완화에 관해 종합편성채널과 한국신문협회, 시민사회단체 패널들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케이블업계와 라디오업계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 지상파3사와 JTBC를 제외한 종편3사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보도 갈무리.
 

반면 TV조선·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 3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상파 몰아주기’로 부각시켰다. 이는 종편 3사의 관련 리포트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TV조선은 <지상파 편중 정책…공청회도 편중>, 채널A는 <“시청권 훼손 방송법 개정 반대”>, MBN은 <지상파 편중 광고정책 시민도 뿔났다>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지상파 3사는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업계의 입장을 짧게나마 보도했지만 종편 3사는 지상파측 입장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종편 3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종편 등 유료방송업계에도 혜택이 있다는 점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

TV조선은 통계를 왜곡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방통위 조사보고서를 보면 기업 10곳 중 8곳은 광고총량제 시행 시 신문과 케이블 방송 등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에 쓰겠다고 답했다”며 “이렇게 되면 신문과 중소 방송사들의 광고 수익 중 연간 2천억 원 가량이 지상파로 쏠린다”고 보도했다.

실제 방통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광고주 중 19%만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이 중  81.7%가 다른 매체의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TV조선은 전체 광고주 중 19%만 지상파 광고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한 점은 누락시켜 지상파가 큰 이익을 볼 것처럼 보도했다.

   
▲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방통위 보고서를 인용해 광고주 82%가 다른 매체의 광고를 지상파로 옮길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지만, 전체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광고주는 19% 뿐이라는 사실을 누락시켰다.
 

연간 2천억 원 가량의 광고가 지상파에 쏠린다는 TV조선의 보도 역시 문제가 있다. 방통위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른 연간 총 이익은 217억~383억 원이다. 지상파가 2000억 원대의 이익을 본다는 것은 케이블업계의 주장이다. TV조선은 광고주 조사는 방통위 연구결과를 인용해놓고 이를 통한 연간 총액 계산은 방통위가 아닌 다른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MBN과 채널A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왜곡하기도 했다. MBN은 “지상파에 편중된 광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이 지상파 광고 급증으로 이어져 공공성과 시청권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공청회에 시민사회단체 패널로 참석했던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언론이 자기 입맛에 맞게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추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가상광고나 간접광고 규제완화 등이 시청권을 훼손하고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광고규제 완화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추 사무총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편과 지상파 모두 마구잡이식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했다”면서 “일부는 도를 넘어 기본적인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TBC가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은 점에 관해 추 사무총장은 “다른 언론들이 자사이기주의 보도에 혈안이 돼 있을 때 JTBC뉴스룸이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종편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지상파 공적영역의 물적기반을 갖게 하는 것을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종편의 형편이 어렵다면 구매력지수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포맷을 개발하는 등 자구책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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