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2년 대선개입 혐의를 유죄선고한 김상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판결을 두고 하급심(원심) 재판장이었던 이범균 대구고법 부장판사(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장)의 판결과 재판과정, 승진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2~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상환 서울고법 재판부의 원세훈 선거법 유죄판결에 대해 “‘앞으로 국가기관은 이런 짓 하지 말라’는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단죄안하면 이와 같은 행위를 국정원은 물론이고 정부 모든 부처, 수사기관에서 재판이라는 이름의 형태로 허용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며 “권력기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처벌할 것이냐 허용할 것이냐 두가지 뿐인데, 그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비춰 이범균 원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박 의원은 “우리 선거법이 선거운동이라는 개념정의를 해놓고 있으며 이에 대한 판례조차 있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범균 부장판사는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을 들어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균 대구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이범균 판사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무죄)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원심(1심) 재판장으로 이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정치관여에 관한 지시를 넘어서 선거운동을 지시했다거나 그에 따라 위 직원들이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박범계 의원은 “이범균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정부부처 권력기관이 선거 개입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법의 논리라는 것은 사실관계에 법률을 적용할 때의 법리를 뜻하는데, 헌법에서 정한 공직 제도와 선거 제도의 으뜸되는 기준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인도 불법선거운동을 하면 처벌되지만 공무원의 불법선거는 더 엄하게 해왔고, 더 엄하게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범균 판사는 면죄부를 주려는 목표를 정하고 법리를 두드려 맞춰 이상한 결론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범균 판사가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을 들어 박 의원은 “심리전단 안보5팀 요원이 자신에게 쓴 메일의 존재 그 자체가 증거”라며 “그런데도 이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면죄부를 목표로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상환 판사의 판단에 대해서는 박 의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찍은 지지자조차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안된다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며 이는 국민적 컨센서스”라며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선거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평가했다.

   
김상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대법원이 향후 이 판결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박 의원은 “대법원이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도 아니고, 현란한 법리의 문제로 접근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이를 허용할지 말지 간명한 기준으로 놓고 보면 답은 자명하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무엇보다 김상환 재판장이 김씨 이메일의 첨부파일을 증거로 인정한 것은 1심 재판장이 간과했던 것을 치밀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고 파기하려면 매우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법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 자체가 매우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는 상당한 국민의 법감정에 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범균 부장판사가 지난 3일 대법원 인사에서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이른바 ‘고등부장판사’ 승진을 한지 엿새만인 9일 이 판사가 내놓은 판결이 뒤집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승진인사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이 판사가 대법원장과 인연이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이 된 구조 외에 이 판사의 재판과정도 편파적으로 진행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가 직접 가기도 했고, 우리 보좌관이 재판에 방청해온 결과 재판 후반부엔 거의 ‘국선변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공소유지 수사팀이었던 윤석열 검사에 이어 박형철 검사도 인사조치되는 등 잦은 검사의 교체 이후 ‘원세훈 변호인이 있는데도 판사가 너무 검사를 몰아세우고 국선변호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며 검사가 딱해보일 정도였다’는 것이 우리 의원실 방청 평가”라며 “변호인이 지적할 내용을 재판장이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 의원은 “이범균 판사의 원세훈 김용판 재판 태도와 절차가 정의롭지 못하고 불순했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이를 지켜본 우리 당의 판단”이라며 “대법원의 이범균 판사 승진 인사가 이래서 문제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용판 재판의 경우 처음엔 서울경찰청 분석실의 경찰관들이 입을 맞추고 나온 것에 대해 ‘짜고 나왔느냐’고 지적하더니 나중엔 이들의 말이 일치하니 ‘권은희 전 수사과장 말은 믿기 어렵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이렇게 증거능력 타령을 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재판부가 피고에게 ‘심증개시’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또한 원세훈 재판의 경우도 425지논 파일이나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계속 알려줘 왔으며 이는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대상을 축소해간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이 판사의 판결과 함께 그의 승진을) 승복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이범균 판사를 훌륭한 판사라 했다는데 이 판사의 ‘원판’ 재판전이 훌륭했다는 것인지, 재판과정이 훌륭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 과정에 심증을 열어 검사를 쪼그라들고 위축되게 만든 점이 잘했다는 것인지 정말 되묻고 싶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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