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용자정책국장이 직접 이동통신시장 관련 질의응답을 하겠다는 것이다. 질의응답 직전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읽었다. 허탈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올바른 약칭 사용 필요”라고 쓰여 있었다.

흔히 ‘단통법’이라 줄여 부르는 법을 ‘단통법’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대신 ‘단말기유통법’ 혹은 ‘단말기법’으로 써야 한단다. 그게 옳은 표현이라고 한다. 보도자료는 무려 3장에 걸쳐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핵심은 이렇다. “현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단통법’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며 법령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등 법제처 약칭기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단통법의 ‘통’이 유통의 의미가 아닐 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의미를 내포하여 전혀 이질적으로 사용됐다”고 부연했다.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오용의 예시까지 들었다. 

   
▲ 방통위가 지난 12일 배포한 보도자료.
 

방통위가 이날 내놓아야 할 보도자료는 ‘단통법’의 바른 약칭 권고가 아니다. 이동통신시장 단속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통신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해야 했다. 더욱이 지난 1월 ‘리베이트 대란’이 발생한 상황이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단통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단속을 비웃는 이동통신시장의 현황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질의응답 때 단통법 보완책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용자정책국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단속을 강화하겠다”, “법 개선을 위한 여론을 모으겠다” 정도다. 기자들이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두루뭉술했다. 지난달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업무계획 발표 등 기존의 방통위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새로운 사실이 있긴 했다. 방통위가 ‘단통법’의 공익광고 제작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단통법 보완대책을 묻는 파이낸셜뉴스 기자의 질문에 박 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예를 든다면 공익광고를 하려고 한다. 소비자 측면에서 법안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 내용, 그리고 단통법을 잘 모르는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단통법’을 향한 여론이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다. 방통위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널리 쓰이는 이름을 대체하고, 공익광고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널리 쓰이는 ‘보조금’ 대신 ‘지원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단말기 가격을 보조한다는 용어보다 지원한다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방통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앞으로 ‘단통법’이 아닌 ‘단말기유통법’ 혹은 ‘단말기법’이라고 명시하겠다. 약칭을 쓸 때 본래 의미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기자들이 ‘단말기유통법’이라고 명시한 기사를 수천 건 쓴다고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닌 ‘내용’이다. 

보다 확고한 시장단속, 그리고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한 ‘단말기유통법’은 계속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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