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한국일보의 입장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완구 후보자가 기자들을 향해 날린 협박과 회유가 한국일보 기자를 통해 야당의원에게 전달돼 공개됐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대화 내용에 관한 기사를 신문 편집과정에서 뺐다. (관련기사 : 한국일보 이완구 ‘특종’ 실었다가, 판갈이 과정에서 삭제)

지난 12일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대화 내용 중 이완구 후보자가 한국일보 회장의 형과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내용이 있고, 평소에도 한국일보 국장 등과 만나 비슷한 발언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 이완구, 한국일보 국장 만나 회장과 친분 과시)

   
▲ 12일자 한국일보 사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는 하루 만에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지난 12일(어제) 한국일보는 사설 <총리자격 안 되는 이완구 후보자, 스스로 결단해야>에서 “그(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크게 추락했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 후보자가 대통령과 국회에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 13일자 한국일보 사설.
 

하지만 13일자(오늘) 한국일보 사설 <총리 임명동의, 이제는 합당한 절차에 따라야>에서 이 후보자를 통과시키자는 주장을 펼쳤다. 오늘자 사설은 “야당이 임명 동의안 합의처리를 거부하거나, 합의 처리에 동의하고서도 전원이 표결에 불참하는 식의 구태는 피해야 한다”며 “여야는 국회의장의 간곡한 당부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청문 절차를 밟았으니 전체 의원들이 참석해 표결해 달라고 말했고, 세 번째 총리 낙마를 막아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분위기 상 절차대로 진행되면 이 후보자는 총리에 오르게 된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지난12일 있었던 여야간 대치와 총리 인준안 표결이 16일로 연기된 소식을 전하면서 머리기사 제목을 이 후보자 입장에서 <이완구 ‘피 마를 사흘’>이라고 정했다.  

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만신창이 이완구’ 처리 16일로 연기>
국민일보 <오바마 ‘IS 손보기’…민주당 일각 “제2 이라크전 우려”>
동아일보 <위원장 재선거한 전교조 연간 투쟁계획 이미 수립>
서울신문 <‘이완구 진통’…총리인준 처리 16일로 연기>
세계일보 <‘이완구 인준안’ 16일 처리키로>
조선일보 <여야 ‘16일 이완구 본회의’ 합의>
중앙일보 <세수 3057억 얻고 기부 2조 잃다>
한겨레 <버티는 이완구 여야, 본회의 연기>
한국일보 <이완구 ‘피 마를 사흘’>

동아일보와 서울신문도 사설을 통해 이완구 후보자를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언론관, 처신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야당이 반대투표 당론을 정하더라도 인준 표결에 참여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총리 인준 대치, 민생에 주름 안기지 말아야>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고, <총리실, 뒤숭숭…>에서는 이 후보자의 연일 이어지는 의혹으로 인한 총리실 직원들의 침체된 분위기도 전했다.

   
▲ 13일자 서울신문 사설.
 

한편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서 지난 12일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고 여야가 대치하는 과정을 전하며 기사 제목을 <김무성 “정치는 타협”…문재인 “세번째 낙마는 부담스럽다”>와 <정의화 의장 “16일엔 野 불참하더라도 표결할 수밖에 없어”>라고 정해 사실상 이 후보자 인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 13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중앙일보는 총리 청문회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 몇몇 장면들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40년 전 주민초본가지 등장…신상털기 청문회 언제까지>에서 “으름장, 호통, 망신주기…. 정책검증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 시작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한선교 위원장에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뜨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지적하는 행위인 동시에 전형적으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사설은 따로 실지 않았다.

역대 총리 낙마 사례, 이완구는 의혹 개수부터 압도적

한겨레는 <안대희 ‘전관예우’로…김용준 ‘투기·병역’만으로 낙마>에서 김대중 정부부터 역대 정부 총리 낙마 사유와 이완구 후보자의 의혹을 비교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 여소야대 상황이었던 지난 2002년 장상 전 후보와 장대환 전 후보는 국회 임명동의안에서 부결됐다. 이명박 정부때 김태호 전 후보는 박연차게이트, 세금신고 누락 등을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 13일자 한겨레 3면 기사.
 

박근혜 정부 들어 낙마한 세명의 후보자는 모두 자진사퇴해 청문회에 서지도 못했다. 이 중 안대희 전 후보는 부동산 투기나 병역의혹은 없었고 전관예우만으로 자진사퇴했다. 한겨레는 이완구 후보자가 “의혹 가짓수에서 두 후보자는 물론 역대 낙마한 총리 후보자들을 압도한다”며 “그러나 이 후보자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낙마한 후보자와 달리 직전 여당 원내대표여서 여당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대학 황제특강과 특혜 채용, 억대 연봉자인 차남의 세금 탈루 및 건강보험료 미납 등이고, 최근 터진 그의 언론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과 칼럼에서 모두 강하게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지면에서 한 시민의 글 <이완구 후보자, 이제 내려오는 게 옳다>를 통해 “칼을 가진 자가 칼날을 쥔 자를 협박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사고 행태”라며 그의 언론관을 지적했다. 

사드 배치 가능성, 왜 남북 긴장과 연결하나 

동아일보가 다른 신문들과 달리 5면 전체를 통해 군사·안보 이슈에 대해 다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미국 측의 결정이나 요청이 없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 13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이 기사는 같은 면에 남북 관계를 다룬 기사 두 개와 함께 배치된다. 동아일보는 5면 <긴장수위 높이는 북…한미훈련 겨냥 “참혹한 종말” 위협>에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부한 북이 다음 달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본격적인 긴장 국면 조성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여 남북 긴장이 풀리지 않고 있으며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요구를 한다며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미군사훈련 시기에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태도라는 해설이나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김정은 “국방체육, 남조선에 져선 안돼”…북 체육계 비상>에서 올 10월 경북 문경시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국가 스포츠를 이용한 체제 경쟁 분위기를 전했다.  

이 두개의 기사와 한미 해병대 연합 훈련 사진을 미국이 사드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와 함께 편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 <정부는 ‘사드’ 반대 분명히 밝혀야>를 보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이 안보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13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북한이 고고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배치할지도 의문이고 그걸 쏜다고 해도 미사일로 격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실상은 한-미-일 3각 동맹을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 지역에 신 냉전 분위기를 만드는 미국의 의도에서 나온 주장이다. 따라서 미-중간 등거리 외교가 필요한 한반도 입장에서는 평화를 위해 사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는 게 경향신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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