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론외압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의 녹취록에는 언론 관계를 과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이 언론사 간부를 통해 기자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발언에 이어 추가 공개된 발언 “언론인들, 내가 교수도 만들어주고 (대학) 총장도 만들어줬다” 등은 큰 논란을 낳았죠.

이에 11일 보수언론마저 녹취록 파문을 공개하며 그의 왜곡된 언론관을 질타했습니다. 방송뉴스도 녹취록 파문을 다뤘는데, MBC보도는 유독 눈에 띕니다.

MBC는 11일 <“외압 분위기 아니었다”>라는 리포트를 보도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이완구 후보자 발언 같지만 리포트 주인공은 식당의 관계자 등이었습니다. MBC가 이 후보자와 기자들이 식사한 문제의 식당을 찾아가 관계자의 말을 전한 것입니다.

MBC는 “서울 통의동의 한 음식점.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김치찌개 점심식사를 하면서, 언론사 압박 전화, 김영란법 관련 발언 등으로 기자들에게 회유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곳”이라며 “그런데 당시 분위기는 농담과 큰 웃음소리가 오간 분위기였다고 식당 관계자는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 MBC 11일자 보도.
 

MBC와 인터뷰한 식당 관계자는 “화기애애했어요. 웃고 계셨어요, 정말”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MBC는 “야당 의원들이 어제 추가로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도,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이다, 언론자유를 위해 법 처리를 막고 있다, 자기들이 검경에 불려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 등의 대목 대목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야당 의원도 추임새 같은 웃음소리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MBC는 또 “당시 식사자리에 있었던 총리실 관계자들도 이 후보자가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농담을 섞어 한 말이었다고 밝혔다”며 “특히 같이 식사했던 기자들도 이 후보자의 발언은 받아넘길 수준이라 외압으로 느끼지 않았는데, 보도가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습니다.

MBC는 “편한 자리에 농담이 섞였다고 해도 해당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가운데, 이 후보자가 친분이 있는 기자들을 대학교수로 만들어줬다는 발언을 공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 해당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MBC는 리포트 내내 당시 분위기가 외압, 협박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논란 발언이 가벼운 환담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을 식당 관계자, 총리실 관계자 입을 빌려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식당에서의 ‘분위기’가 아닐 것입니다. 주요 공직을 맡게 될지도 모르는 후보자의 ‘언론관’이 본질이겠지요.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는 감투를 씌우고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기자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려는 인물이 한 나라 총리를 맡아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이 문제에 어떤 방송사보다 고민해야 할 공영방송이 박근혜 정부와 이 후보의 방패를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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