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보도 후 세계일보 내홍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50여 일 만에 손대오 회장이 교체되는가 하면 사장직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조한규 사장 거취를 놓고 12일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정윤회 문건 단독 보도 이후 통일교 재단은 유무형의 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통일교 관련 회사를 특별 세무조사하거나 통일교 인사에 대한 수사(배임 혐의)를 진행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권 차원의 압박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잇따른 주요 인사 교체와 논란도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게 내외부 평가다.

<관련기사① : [단독] 세계일보 모회사 통일교 본부도 세무조사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교 안팎에서는 조 사장이 자리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차 아무개 전 세계일보 상무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과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압 차원 이전에 조한규 사장의 자질 문제가 자초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사자인 조 사장은 11일 이사회에 대해 기자가 묻자 “(내가 아닌) 사측 관계자에게 확인하라”고 했지만 세계일보도 이사회 개회와 관련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검찰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압수수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2월 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세계일보 사옥 앞에는 이를 취재하기 위한 타 매체 기자 40여 명이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통일교 재단이 느끼는 위기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셀프사장’ 논란을 일으킨 조민호 당시 세계일보 심의인권위원은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치권력이 바보가 아닌 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언론 탄압이나 종교 탄압을 할 리 만무하다”면서도 “다름 아닌 형법으로 다스릴 폭탄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사정당국 칼날이 한학자 총재로 향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은 이 편지에서 특정 날짜와 시기를 언급하며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을 급파했고 사태 수습을 위해 여권 인사들과 관계가 있는 자신을 세계일보 사장에 임명한 것이라고 썼다. 세계일보 사태 수습을 위해 인사 교체 필요성과 정당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조 위원은 지난달 자신이 사장직에 취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신사를 포함한 일부 언론에 배포했고,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경영권 탈취 시도 및 허위사실 유포’라고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 총재가 당초 하려했던 인사 조치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조 위원은 파면 처분을 받았다.

<관련기사② :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셀프’ 사장 임명?>
<관련기사③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세계일보 사장으로 임명했다”>
<관련기사④ : 세계일보 기자들 “통일교에서 사장 교체 통보한 적 없다”>

일단 조 사장이 교체되면 또다시 박근혜 정부 언론 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한 기자는 현 상황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편집국 기자들도 인사 교체를 포함한 긴박한 국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세계일보는 11일자로 황정미 편집국장을 논설위원으로, 한용걸 사회부장을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최근 이완구 총리후보자 ‘언론외압’ 논란 등 현 정권의 밑바닥 언론관이 드러난 만큼 세계일보가 어떤 대응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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