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이틀째인 11일 오전 이완구 후보자와 그 가족들의 재산문제 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3년 이 후보자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은 정책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 후보자 감싸기를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대선자금이었던 ‘차떼기 사건’에서 받은 돈이 타워팰리스 구입비용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타워팰리스 구입 직전에 동생에게 2억5000만원을 빌렸다고 했는데 동생은 굉장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집이 차압당해 경매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친척에게 빌렸다는 돈(처남댁 김영랑씨에게 빌린 5억)에 대해서도 이자를 내지 않았는데 친척이 아니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홍 의원은 “정치인들이 재산이 늘었는데 해명자료가 없을 때 사인간 채무를 이용한다”며 “가족 간에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데 이 후보자가 이를 이용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당시 전 국회의원들이 중앙당으로부터 5000만원씩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당시 차떼기 사건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형일 사무총장은 입당의원들에게 총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나오고, 그중 원유철 당시 의원은 1억8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나오는데 원유철 의원과 이 후보자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정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2002년 대선 불법 자금을 받고 이 돈이 2003년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그렇게 연결할 수는 없다”며 “당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그 사안은 무죄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무죄 판결문에도 당시 받은 돈에 대해서는 불법자금이라고 나온다”며 “후보자가 당시 전용학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하는데 합법자금이라면 보좌관을 통해 주는 식으로 줬겠지만 불법자금임을 알기 때문에 집으로 불러 직접 줘서 불법자금이라고 본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이 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되지 않은 자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03년 타워팰리스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전세권 신고가 누락된 부분을 지적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팔고 도곡동 타워펠리스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4개월간 시차가 벌어져 5억짜리 전세계약을 맺고 거주하게 된다. 진 의원은 이 전세계약에 관한 재산 신고가 왜 누락됐냐고 지적했다.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후보자는 “재산 신고는 재산의 증감상태만 기재하지 구체적인 내역은 기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2002년 (타워팰리스) 매매계약을 맺었고 2003년 잔금을 처리했다”며 타워팰리스 매매에 관한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이에 진 의원이 “중도금과 계약금은 타워팰리스 매매에 관한 문제고 내가 문제제기 하는 것은 재산신고 누락 부분”이라고 다시 문제제기 하자 이 후보자는 “재산을 누락한 것이 아니라 실무자가 착각해 신고상 착오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차남의 건강보험료 문제도 다시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차남이 건보료 3년치에 대해 지적당하자 1년치만 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차남은 해외(홍콩)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다시 입국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건보료를 납부해야 한다. 진 의원은 “차남은 3년간 재산세, 자동차세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내고 있었는데 이번에 지적당하자 1년치만 계산해서 냈다”며 “후보자는 계속 차남이 이런 사정을 잘 몰랐다고 하는데 차남은 변호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내가 2012년에 혈액암이 생겨서 잘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런 의혹이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자가 선택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데 어떤 특정 부분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전체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려고 하는데, 시간 다 지나가고 있는데 미루고 있으면 (우리에게) 판단하지 말고 넘어가자는 술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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