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님. 굴뚝 올라가실 일 있으면 노하우 알려드릴게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이 농담을 건넸다. 권성민 PD는 “MBC에는 굴뚝이 없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굴뚝의 밤’ 행사에서 해고노동자들이 만났다. 김정욱 사무국장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MBC 권성민 PD, 맥도날드 해고노동자 이가현,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 마인드프리즘 해고노동자 김미성이 함께 했다. 

이들은 복직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극한의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굴뚝이 화상으로 연결됐다. 김 사무국장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것처럼 춥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카메라를 돌려 굴뚝 곳곳을 비췄다. 굴뚝에 설치한 천막 한 곳이 뚫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창근 실장은 “천막이 바람을 견디기 위해 한쪽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케미칼 굴뚝에서 농성중인 차광호씨는 “아침에 눈 뜨는 게 무섭다. 밥 먹는 것도 무섭다. 원래 말이 없었는데 요즘 말이 많아졌다. 외로움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해고노동자지만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권 PD는 밝혔다. “나는 잘 먹고 잘 놀고 있다. 고생하는 분들 앞에서 같은 단어로 불리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분들에게 가야 할 관심이 내게 와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 권성민 MBC PD. 사진=김도연 기자.
 

이날 노동자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굴뚝농성 선배인 차 씨는 쌍용자동차 굴뚝농성 노동자들에게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건강 챙기면서 싸움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신참 해고노동자인 권 PD를 응원했다. “해고당한 경험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잘 버텼으면 좋겠다.” 

기약 없는 투쟁이지만 노동자들은 복직을 꿈꾸고 있다. 언제까지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 차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이라고 답했다. 맥도날드에서 해고당한 이 씨도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맥도날드에서 피켓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씨는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좋은 곳에 취업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만두면 끝없이 일을 그만둬야 할 거 같았고 함께 싸운 이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인드프리즘에서 지난달 해고당한 김미성씨도 “이혼 후 아이 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회사에 돌아가 잘 사는 게 복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 PD도 “돌아가서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문법으로 사회를 이야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굴뚝의 밤' 행사가 열렸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농성 중인 이창근(모니터 안 오른쪽)과 김정욱 두 노동자가 화상연결을 통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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