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미국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스가 이번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각) 인터넷판 ‘한국 전직 국정원장 선거사건 유죄선고(Former Spy Chief in South Korea Sentenced in Election Case)’에서 이날 서울고법의 판결 내용을 자세히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 고등법원은 월요일 그녀가 대통령이 된 2012년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전직 국정원장을 유죄선고했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서울고법에서 재판부가 3년 형의 선고를 내린 이후 법정에서 구속됐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지시 아래에 있는 국정원 요원들이 2012년 12월 이전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의 비방을 시작했으며 종종 라이벌들을 북한 동조자(종북)들로 묘사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를 3.5% 포인트 또는 100만 표 차이로 이긴 점을 들어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국정원 요원들의 온라인 비방행위가 박 대통령에 유리하도록 불법적으로 표를 흔드는 방식으로 그녀의 승리의 정통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은 비록 선거가 무효였다고 공식적으로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피고는 특정정당과 정치인들의 반대를 하는데, 국정원의 중대한 기능과 조직을 이용했다”, “그 요원들은 온라인 광장에서 일반시민들인 것으로 가장해 대선 핵심이슈에 대한 의견을 조직적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개입을 했다”는 김상환 판사의 판결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유죄 기사.
 

앞서 하급심인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원 전 원장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개입 금지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선고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과 국정원 요원 모두 하급심 결정을 뒤집은 월요일 평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은 선거 때 국정원 요원들의 인터넷 활동과 관련해 지시를 한 것도 이익을 본것도 없다”고 한 박 대통령 발언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가 이날 판결 전날 선출됐다는 점을 들어 “월요일 문씨의 정당은 원씨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정부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스캔들에 대해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박 대통령의 집권 새누리당은 이 사건이 여전히 대법원의 심리를 받아야 하며 2012년 대선 결과의 정통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도록 경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3년 6월 원세훈 전 원장 등이 검찰에 기소될 당시 국정원 요원들이 대선기간 중 벌인 대선개입 행적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국정원 요원들이 쓴) 다수의 메시지들은 정부정책들을 칭찬하는 데 불과했지만 다른 많은 메시지들은 대선에서 그녀의 경쟁자들을 포함해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평가들을 조롱하는 것이었다”며 “고등법원은 국정원 요원들의 온라인 대선 개입 글들이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박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부터 가파르게 늘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에서 국정원 요원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박 대통령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했으며, 그녀의 ‘확고하고 올바른 안보관’을 칭찬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며 “반대로 그들은 문 후보에 대해 197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다 체포된 것에 대해 ‘전과자’라고 조롱했으며 문 후보를 ‘유치하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선거 공약을 실행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대선개입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출석한 모습. 원 전 원장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한국의 국정원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실질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는 북한에 대한 첩보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면서도 “지만 국정원은 계속해서 국내 정치에 개입했으며, 현직 대통령에 의한 정치적 도구로서 사용됐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다른 전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이 같은 소식을 타전했다고 외신전문번역사이트 뉴스프로가 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외신전문번역사이트 '뉴스프로'의 번역을 일부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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