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 유죄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된 가운데, 공영방송 메인뉴스는 이 뉴스를 톱뉴스가 아닌 후순위에 배치했다. 반면, SBS JTBC MBN 등은 톱뉴스로 다뤄 사안의 심각성을 알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9일 원 전 국정원장의 정치관여 금지위반혐의(국정원법)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국가조직에 의한 불법적인 선거 개입에 대한 비판을 넘어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정당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KBS ‘뉴스9’은 이 소식을 4~6번째 뉴스로 다뤘다. 톱뉴스는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 하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며 증세 복지론을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 뉴스였다.

KBS는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며 “사이버 댓글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가 된 이후 크게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원 전 원장의 지시 아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KBS는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국정원 직원이 동원한 트위터 계정 수와 트윗 글 수에서 크게 엇갈렸다”며 “인정된 계정 수는 1심 170여개에서 710여개로, 트윗 글 갯수 역시 11만 3천개에서 27만 4천여 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 KBS MBC 9일자 메인 톱뉴스.
 

KBS는 “1심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선거 운동을 했다고 보지는 않았다”며 “반면 항소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을 기점으로 일어난 변화에 주목했다”고 했다. 

이어, “8월 이전에는 국정원 직원의 트윗 글 가운데 정치 관련 글이 최대 93%까지 차지할 만큼 대부분이었지만, 9월 이후에는 정치 관련 글 보다 선거 관련 글이 83%로 급증했는데, 이런 변화를 선거 운동의 근거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 판결이 낳을 파장을 전망하지는 않았다. 대신 여·야 반응으로 관련 소식을 마무리했다. 

MBC는 6번째 뉴스 한 꼭지만으로 이 소식을 다뤘다. MBC 톱뉴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뉴스였다. MBC는 “OECD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이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지적했다”며 “해법으로 OECD는 먼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규직 과보호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는 정부 논리와 들어맞는 보도다. 

두 번째 꼭지에서도 MBC는 “OECD는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가운데 부가가치세로 대표되는 간접세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했다”며 “총조세에서 법인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복지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리포트에서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는 문재인 신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발언을 전하며 문 대표의 ‘강경’ 발언 이후 여권이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MBC는 6번째 뉴스 <“선거법 위반” 원세훈 법정구속>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MBC는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는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국정원이 수행한 사이버 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MBC는 “1심에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이 이용했다는 트위터 계정이 175개였지만 2심에서는 모두 716개의 계정이 인정됐다”고 밝혔지만, 판결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리포트만 봐서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 MBC는 리포트 말미에 “오늘 재판을 담당한 김상환 판사는 지난달,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 JTBC 뉴스룸 9일자 보도 모음.
 

반면, SBS와 JTBC, MBN 메인뉴스에서는 원세훈 보도가 톱뉴스였다. SBS는 3꼭지로 풀어냈으며 JTBC는 1부에서만 6꼭지 집중 보도를 했다. 

SBS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서 시작됐다”며 “무죄로 결론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건 축소 의혹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그리고 수사팀의 이른바 항명 파동까지 수많은 논란이 이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JTBC는 “(정보기관이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해 동원된 사례와 관련해) 정권이 (교체되지 않고) 이어지게 되면 오히려 큰 공을 세웠다고 인정이 됐던 게 과거였다면 이번에 무조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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