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국내 최초의 MMS채널인 EBS2가 시범서비스를 위해 개국한다. EBS2는 영어 및 초·중·고 교육용 콘텐츠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방송이다. 우여곡절 끝에 MMS 개국에는 성공했지만 낮은 직접수신율과 자체 콘텐츠 확보 등 MMS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MMS는 멀티모드 서비스(Multi Mode Service)의 줄임말로 디지털 압축 기술을 통해 1개의 지상파 주파수를 쪼개 여러 채널을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즉, EBS 지상파 채널이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을 분할해 채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EBS2는 영어 및 초·중·고 교육콘텐츠를 중점적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초·중·고 교육콘텐츠와 영어 학습 콘텐츠가 전체 방송의 88.5%를 차지한다. EBS2의 콘텐츠는 △초등교육 콘텐츠 △중·고등 교육 콘텐츠 △세대별 영어교육 콘텐츠 △다문화·통일교육 콘텐츠 △평생교육·직업교육·문화예슐교육 콘텐츠로 나뉜다.

신용섭 EBS사장은 “EBS2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함으로써 교육복지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신동수 EBS 다채널방송추진단장은 EBS2의 특성에 관해 “EBS계열의 케이블 채널들은 유료방송의 콘텐츠인 반면 EBS2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 EBS MMS채널 홍보물.
 

우여곡절 끝에 EBS2 개국에는 성공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EBS2를 시청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방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BS2는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이 아니다. 유료방송과 채널 송신 협의가 성사될지도 미지수다. 방통위는 9일 “유료방송 매체와 EBS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방송 직접수신율은 7%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직접수신을 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EBS2를 시청할 방법이 없지만은 않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 중 디지털TV 보유자는 바이패스 방식을 통해 수신이 가능하다.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청 신호를 받는 식으로 수신할 수 있다. 신 단장은 “넓게 보면 40% 정도의 시청자들이 EBS2 가시청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청자인 케이블 디지털방송 가입자, IPTV 및 위성방송 가입자는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관건은 시청자들이 번거로움을 감수할만큼 EBS2의 콘텐츠가 매력적인지 여부다. 달리말해 EBS2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성 있는 자체제작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러나 EBS측이 발표한 EBS2의 프로그램 대다수는 EBS 및 EBS계열 PP(EBSU, EBS PLUS1, PLUS2, EBSe 등)의 콘텐츠와 겹친다. 자체제작 콘텐츠 부족은 MMS채널의 차별성은 물론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자체 콘텐츠를 내놓지 못한다면 MMS도입의 명분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별성 있는 자체콘텐츠를 강화하려면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EBS2는 공익광고 외의 상업광고를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수익을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EBS는 재정상황이 열악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EBS 재허가 당시 통합사옥 이전에 따른 비용증가 등 재정상황 악화에 대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 EBS2 편성목표.
 

방송통신발전기금 유치, 수신료 인상 등을 통한 재정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 단장은 “자체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금을 지원받는 등 외부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올해 예산편성은 EBS2 출범 결정 전에 마무리됐다. 방통위가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담뱃값 인상 등 우회적인 증세에 관한 비판여론이 큰 상황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MMS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활용한 시청자 복지서비스다. 기술적 기반도 갖춰진지 오래지만 유료방송업계의 반발 속에 도입이 미뤄져왔다. 유료방송업계는 MMS 전면도입이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몫만 키운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오랜 논쟁 끝에 상업광고 편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EBS의 MMS만 우선 허용됐다. KBS 역시 상업광고를 편성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MM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BS2 도입으로 MMS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방통위는 EBS2 시범서비스 결과를 토대로 시청행태, 기술적 안정성 및 방송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MS 정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BS2의 시험방송 결과가 MMS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KBS는 물론 타 지상파 방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EBS2가 자체 콘텐츠 개발, 수신문제 해결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전파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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