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역 언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비판 언론에 소송을 제기하고 취재를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일자 MBC경남 보도는 눈에 띈다. 본사 MBC가 권력에 순응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현실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MBC경남은 지난 6일 톱뉴스 <홍 지사, ‘도민 무시’ 언론관>을 통해 홍 지사를 비판했다. MBC경남은 지난해 2월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추진을 놓고 열린 경상남도와 폭스사의 공동 기자회견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자리에서 김효영 경남CBS기자는 폭스사 사장에게 “말레이시아에 건립하려는 규모와 한국에 투자하려는 진해 웅동지구 투자 규모 차이에 대해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통역사에게 “통역하지마”라고 한 뒤 기자들에게는 “다른 질문을 받고 일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질문을 중간에 끊은 것이다. 

김 기자는 “기자 질문을 지금 안 받는데 이게 기자회견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홍 지사는 “기자가 기자답게 질문을 해야지”라며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기자는 “말레이시아에서의 투자 규모 차이를 묻는 게 시비인 것이냐”며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놓고 지금 뭐하는 짓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경남은 “경상남도가 도민들에게 도 사업 내용을 상세히 알리려고 마련한 기자회견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 MBC경남 뉴스데스크 6일자 보도.
 

MBC경남은 지난 3일 기자회견장에서의 홍 지사 태도도 지적했다. 홍 지사가 통영시를 순방할 당시 기자간담회장 모습이었다. MBC 정성오 기자가 홍 지사에게 “교육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발언을 했느냐고 물었고, 홍 지사는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홍 지사는 “MBC만 지금 계속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 얘기는 묻지 말라”고 답했다. 

지난 4일 마무리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시·군 순방 과정에서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김수상 남해교육장은 “홍 지사가 1월 27일 남해 방문 때 ‘교육자는 모두가 거짓말쟁이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고, 홍 지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녹취록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MBC경남은 또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비판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를 상대로 홍 지사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가 1, 2심 모두 패소한 것과 지난해 4월 경남신문을 일컬어 ‘찌라시 신문’이라고 폄하했다는 논란에 대해 “언론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비하발언에 막말까지 서슴지 않은 홍 지사에 대해 도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언론 입장에서 도지사는 감시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지차제의 협찬과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지역 언론의 현실이다. 권력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가 돼야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MBC가 시청자에게 비판을 받는 까닭도 이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 아닐까. 

지역 MBC 보도의 가치는 최근에도 인정받은 바 있다. 전주MBC 박찬익 기자는 ‘2천억원 BTL 하수관거 내맘대로 공사, 다시 파헤치다’를 보도해 2014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을 받았고, 포항MBC 장성훈 기자는 ‘월성 1호기: 가려진 진실’을 제작해 지역보도 부문 기획다큐상을 받은 바 있다. 

4년 동안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위원을 맡았던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지역MBC는 여전한 활약을 하고 있는데, 4년 전에 비해 서울 MBC 출품작은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에는 서울 MBC가 아로새겨야 할 말도 있었다. 앵커 멘트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 견제해야 하는 언론은 국민 여론의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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