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 육성이 공개된 이후 오히려 과거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점이 쏟아져나오면서 충청도를 지역기반으로 한 국회의원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애초 ‘충청 대망론’을 의식해 검증에 한발짝 물러나있거나 소극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까지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등 여권 내에서도 악화된 여론에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충남 청원군이 지역구인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비롯한 병역면제, 부당투기, 교수특혜채용, 삼청교육대, 차남 건보료 미납 및 소득세 탈루 허위경력 기재,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진 것에 대해 “애초 이번엔 무조건 충청권 총리가 돼야 한다고 언론에 보도되던 것이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론이 확 바뀌었다”며 “지역에서도 아무리 충청권이라 해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르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변 의원은 “처음엔 이 후보자에 대해 관리가 철저한 사람으로 포장돼있었으나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잘못 포장된 사람이 아니냐’, ‘포장을 열어보니 상품은 아니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많다”며 “특히 충청도가 지역구인 의원들 입장에서는 초기엔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분위기였으나 청문회 시작도 전에 ‘언론 청문회’에서 밝혀진 만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충청 출신의 여당 원내대표-총리에 이은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실현할 열망에 대해 변 의원은 “충청권에서 그동안 영호남 정부로부터 홀대받았던 면에서 (충청도 야당 의원들도) 긍정적으로 봤으나 잘못 포장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지역 민심 뿐 아니라 충청권 의원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갑이 지역구인 오제세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말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능력과 도덕성 면에서 한 두가지이면 흠결이면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병역, 재산 등 너무 근본적인 것부터 결함이 나타나고 있어서 국민들이 신뢰하기엔 못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충청권에서 좋은 사람 나와 국민 위해 봉사했으면 했는데, 그럴 여건은 아닌 것 아닌가 싶다”며 “충청지역의 민심도 많이 실망한 분위기로, 국민의 기본적 책무인 국방과 관련해 병역면제 의혹을 받고, 경제 문제의 경우 이권만 챙겼다는 의혹이 있으니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한 것이 뭣이 있느냐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권 출신 의원 10명 가운데 이완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것과 관련해 오 의원은 “애초 충청권 의원들이 이 후보자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청문회서 비리를 파헤치기도 전에 나온 문제점들이 중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충청 대망론의) 대망은 누구나 좋은 지도자를 바라지만, 그런 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의 기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번엔 총리가 무난하게 잘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이젠 이런 사람을 총리로 모시는 것에 국민들이 내켜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주시 흥덕구을이 지역구인 노영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출신이 어디냐는 것 보다 총리로서 개인적인 자질과 품성, 도덕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파악을 하고 그것을 평가해야지 ‘어느 지역 출신이라 봐주자’, ‘덮고 가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미 이 후보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역대 낙마했던 총리후보자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것 같지 않다. 본인이 거취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청 대망론에 대해 노 의원은 “충청권 인물이 이완구 밖에 없느냐”며 “정말 존경받고 여권 내에서도 총리 자질을 가진, 문제 안되는 사람 여럿이 있다”고 반박했다.

총리후보자 적격성에 대해 노 의원은 “용인하기 어렵다”며 “안대희 문창극 김용준 등 현 정부 후보자들 가운데 훨씬 더한 것 같다”며 “우리가 충청권 총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충청권 인사 중 총리 물망 오른 사람이 많이 있는데 다 제껴두고 이 후보자를 고른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은 보도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 후보자의 경솔함 등에 실망한 분위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충남 보령시 서천군이 지역구인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 가운데 해명된 것이 많다. 시각차에 따라 해명이 안될 수도 있다”며 “언론 녹취록 부분은 본인의 경솔한 부분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우리 언론이 녹음해서 그러면 되느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를 두둔하고자 싶은 생각 없으나 의혹 가운데, 언론이 자기 신문에 내지도 않고 다른 곳에 전달하는 것은 알권리를 위한 것이라 해도 방법과 절차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가치관이 혼돈이 온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 등 여러 의혹에 실망한 분위기를 두고 김 의원은 “그렇게 실망한다고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비난이 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내 지인들은 ‘그 정도 나이에 제대로 된 사람 어디있겠느냐’고 말씀하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충청도 입장에서는 실망한 부분도 있겠지만, 너무 심하다는 부분도 많이 있을 수 있다”며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잘 통과됐으면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가 나보다 12년 정도 위인데 그 때엔 그런 행위가 통용된 부분이 많이 있었다”면서도 “우리 때만해도 조심한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정돈되지 않았을 때 살았던 사람에 대해 현재 잣대 들이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흠이 없는 총리 후보자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모든 부분이 다 맞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지역구인 충남 부여군·청양군의 2013년 3월 이전까지 국회의원이었던 김근태 전 새누리당 의원도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나머지는 다 옛날 얘기들로 예전에 그렇게 안살아온 사람이 있느냐. 다만 기자들하고 얘기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언론에서 계속 기자들과 관련된 일이니 부정적으로 보도하던데, 친한 사람끼리 솔직한 감정 표현한 것 아닌가”라면서도 또다시 이런 문제의 인사를 추천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인사 책임론은 물론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충청대망론이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이 후보자가 초기에 너무 나서서 (민심이) 더 실망을 한 것”이라며 “아무 소리 없었으면 했으면 모르는데, 본인이 자신감을 갖고 했다가 더 실망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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