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앞길이 막힌 노동자들이 또 다시 하늘에 올랐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광판에 오른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 1200여명의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노동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1월 17일과 20일 각각 총파업에 돌입해 노숙농성 138일과 109일, 총파업 81일과 78일이 흘렀다. 

원청인 LG와 SK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자 지난 5일 이들은 쌍용차, 기륭전자 등 노동자, 시민단체들과 함께 제3차 오체투지행진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체투지 출범 기자회견조차 경찰들에 막혀 하지 못했고, 오체투지 이튿날인 6일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통보를 받자 억울한 심정에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 6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3차 오체투지행진단은 오체투지를 멈추고 두 노동자가 오른 전광판으로 향했다. 이틀 분의 식량을 가지고 전광판에 오른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현재(6일 오후 5시) 상황은?
밑에서 동지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다. 철 구조물로 돼 있어서 튼튼해 보인다. 

-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는 씨앤앰 노동자들이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 올랐던 전광판과 달리 작동중인 광고판은 아니다. 이곳을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분들에게 피해가 덜 갈 것 같아서 선택한 것도 있다. 

- 식사는?
수분섭취를 최소한으로 해야 해서 라면이나 커피 등은 다 제외했고, 햇반, 김치, 고추장, 마른 밑반찬, 과자 조금을 가지고 올라왔다. 최소한으로 먹고 동지들이 끈으로 매달아 올려보내 줄 예정이다. 

- 파업 이전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서광주서비스센터로 저희는 엘지유플러스 인터넷과 관련 결합상품들을 개통 설치하고 A/S해준 인터넷 기사들인데 난 A/S파트를 맡아서 했다. 센터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A/S는 고정급이 있지만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정확히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이 초과근무가 많았다. 개통기사들은 건수별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법적 근무시간(오전9시~오후6시)만 일해서는 가족들을 부양할 돈을 벌지 못했다. 

- 초과수당을 못 받았나? 
초과근무는 당연했고, 초과수당은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 토요일의 경우도 원래는 3시까지 근무지만 평일과 비슷하게 일을 했고, 초과수당은 오후5시까지 계산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나? 
지난해 3월 30일 두 회사 노조가 결성됐다. 전국 조직을 갖추고 회사에 교섭 공문을 보냈는데 하청업체라서 사장들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내세워 교섭을 했다. 우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면 경총은 ‘자신들 권한 밖’이라며 발뺌을 했고, 원청(SK, LG)에 요구하면 하청업체 직원들이라고 회피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총파업을 하게됐다. 

   
▲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오른쪽)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 (사진 = 강세웅 조직부장 제공)
 

- 총파업도 별 효과가 없었나? 
총파업이 4개월 가까이 진행됐지만 회사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사실 이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는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구조적인 문제다. 그래서 연대해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게 됐다. 

- 오체투지(지난 5일) 시작하는 기자회견부터 경찰에 막혔던데. 
평화롭게 기자회견을 하는데 방해하고 노동자 6명을 연행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억울했다. 파업도 장기화 돼 생계 문제도 절박한데…

- 오체투지도 가로막혀 전광판에 올랐나? 
우리는 막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하루빨리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하게 됐다.    

- 요구조건은? 
고용안전 문제가 가장 크다. 하도급을 받아서 또 다시 하도급을 주는 센터들은 중간 사장이 많아지면서 임금과 복지도 엄청 줄어들게 된다. 1년 근무하면 퇴직금을 줘야하니 1년이 되지 않을 채로 폐업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1년에 6번 회사가 바뀐 적도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시간을 지키고, 유급 휴일, 자녀 수당 이런 당연한 권리를 지켜달라는 요구다. 우리도 LG와 SK라는 대기업 명찰을 달고 근무하고 있는데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주거나 기사들을 쥐어짜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진짜 사장인 원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부모님 두 분 다 70대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석달 넘게 투쟁하면서 주말에만 내려갈 때도 걱정이 많으셨는데 이제 (광주로) 못 내려가면 더 걱정할 것 같다. 아직 부모님께 고공농성은 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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