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이 오룡호 유가족에게 막말을 일삼으며 회유와 협박으로 개별협상에 임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동안 오룡호 유가족대책위 고장운 위원장은 “사조산업이 대책위와 협상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개별 협상만 진행하려 한다”고 문제제기 해왔다. 현재 한국인 선원 희생자 11명중 5명의 유가족은 회사와 합의한 상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사조산업 관계자와 유가족들이 지난달 8일 나눴던 대화 녹음내용에 따르면 사조 관계자는 오룡호 희생자 시신이 부산항에 들어오면 바로 장례를 치르자고 설득했다. 지난달 11일 부산항에 오룡호 희생자 시신 6구가 들어오기로 돼 있었다.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서 농성하던 오룡호 유가족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나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사진 =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유가족 김씨가 “아직 합의도 하지 않았다”며 시신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사조 관계자는 “장사 치른다고 돈 안 주는 건 아니고 (희생자를) 하늘나라에는 보내야 하지 않느냐”며 “돈 때문에 동생(시신)을 그냥 처박아 놓는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유가족 김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람이 물건도 아닌데 돈으로만 보고 있는 사조산업이 너무 어이없다”며 “변호사 비용, 보상금 등 계속 돈 얘기하는 쪽은 사조”라고 비판했다.

사조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유가족이 불리해진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당시 대화에서 사조 관계자는 “법적으로 위로금은 정해진 것이 없는데 계속 감정에 얽매어 문제제기하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느냐”며 “회사입장은 변하지 않고 먼저 (협상해서) 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받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위로금 명목으로 유가족에게 제시한 금액은 3500만원이다. 

사조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도 언급했다. 사조 관계자는 “세월호 때문에 이렇게 (문제제기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변호사가 공짜가 아닌데 비용부담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가족 김씨에 따르면 사조 측은 변호사가 있고 유가족들은 변호사를 따로 선임해야 하니 유가족이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대화중에 사조 관계자는 “사실 세월호 사건이 안났으면…”, “세월호 때문에 세월호랑 같이 (보상)해주라니까 이렇게 된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사조 관계자는 유가족과 자신의 아들이 나이가 같다며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유가족들의 집안 사정을 언급하며 다른 친척이 아닌 가족에게 보상금이 돌아가길 바란다는 얘기를 하며 유가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막말이 계속됐다. 사조 관계자는 “만약 (오룡호) 한국 선원들이 살아 돌아왔으면 간부들은 다 경찰에 출두해야한다”며 “계약에 보면 선장은 배를 부산항에 정확하게 갖다 놓는 건데 살아왔으면 ‘왜 남의 배를 가라앉혔는지’ 조사 받는다”고 말했다. 

사조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협박도 했다. 사조 관계자는 “사고 초기니까 지금 기자들이 막 따라붙을 뿐이지 선원들 위험한 것은 (언론·시민 등도)다 알고 있다”며 “세월호처럼 도망가 버린 것도 아니니 (여론도) 처음 한두 달만 이러다 말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절한 표현 인정하지만 회사 지시는 아니다

이에 사조산업 법무담당 김영수 변호사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화 중 부적절한 표현이 있는 것에 대해 인정한다”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 해당 관계자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유가족 설득에 나선 관계자가 오룡호 사고를 담당하는 부서에 있지 않지만 같은 고향사람(부산·경남)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인적으로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관계자가 세월호 참사와 오룡호 사건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과했던 것”이라며 “회사의 공식 입장이랑은 다른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대화에 나온 관계자가 회사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사조산업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발생한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오룡호 사건에 대한 무책임한 수색, 외국인 선원에 이어 한국 선원에 대해서도 협박과 회유를 통한 개별 협상, 농성장의 전기를 끊은 뒤 내쫓는 과정 등이 드러났기 떄문이다. 

사조제품 불매운동 여론 확산

지난달부터 다음 아고라에는 누리꾼들이 불매운동 서명을 진행하고 있고, 그동안 사조산업 원양어선에서 선원들에게 벌어졌던 성희롱,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와 관련한 기사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불매운동은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해표 등에서 나오는 각종 제품에 대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박래군 공동대표도 “사조산업은 사람이 죽어도 돈 몇 푼이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나서 이런 부도덕한 사조산업의 물건 사지 말고 ‘사조미가’와 같이 사조가 운영하는 식당도 가지 않아 퇴출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베링해에서 조업 중에 침몰(60명 중 구조 7명, 사망 27명, 실종 26명)한 오룡호 사망·실종자 가족들이 5일부터 부산에서 상경해 사조산업의 수색 중단과 보상안에 항의하는 무기한 투쟁에 들어갔다. 사망·실종자 가족 비상대책위원회는 위로비로 3500만 원을 제시한 사조산업을 규탄하며 책임있는 보상안을 촉구했으며, 기약 없이 중단된 수색작업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6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족들이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안전사회추진단(단장 노웅래 의원)은 6일 오후 오룡호 유가족들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사조산업 측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농성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처음 국회의원들의 방문이지만 유가족들은 회사의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위기다. 

한 유가족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녹취록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와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회사가 사실관계를 몰라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지 내일 다시 회사랑 대화해도 그들의 태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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