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MBC 예능PD 해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오는 12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회에서 야당 이사들이 중심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해고가 확정된 데다 인사 주체였던 임원들을 불러내자는 데 여야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 PD는 지난해 12월 비제작부서 경인지사로 발령을 받은 뒤 좌천된 자신의 모습을 SNS상에 웹툰으로 담아냈다. MBC는 권 PD가 그린 웹툰에서 ‘유배생활’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았고 지난달 그를 해고했다. 반복적으로 ‘해사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다. 이들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현재 내부 분위기를 보면, 야당 추천 이사들은 해고 문제를 반드시 다루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 추천 이사 분위기는 또 다르다. 실질 책임을 묻기 위해서 MBC 임원들을 불러야 하나 이사회에서 중론이 모아지지 않으면 이조차도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사진 구조는 여야 6대3으로 여당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다.

   
▲ 권재홍 MBC 부사장. ⓒMBC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사후적인 조치이겠으나 이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면서도 “방문진 자체 논의도 중요하겠지만 본사 임원들이 출석을 해야 구체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홍 부사장 등 인사 주체가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논의는 무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해 MBC 교양국 폐지 및 인사조치 논란이 커졌을 때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했다. 야당 이사들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난 한학수 PD를 포함해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불합리하다고 질책했고, 여당 이사들은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두둔했다. 그래도 조직개편 성과를 3개월 뒤에 따져보기로 입을 모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야당 이사는 “(야당) 이사들이 질타해도 MBC 임원들은 요지부동”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년째 바뀌지 않는 ‘야당 이사들의 질타→여당 이사들의 비호→변하지 않는 MBC’ 등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방문진이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한 여당 추천 이사는 이번 해고 사태와 관련해 “개인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MBC 인사 조치는 방문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방문진의 상급 기관 방통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6일 권 PD 해고와 관련해 “MBC가 ‘조직안정화’라는 재허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며 “문제 있다면 방통위 차원에서 MBC를 제재를 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MBC 권성민 해고는 방통위 무시 행위”>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MBC는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PD를 해고하는 등 막무가내식 경영을 하고 있는데 규제기관 방문진과 방통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방문진에서 경영진들의 책임을 냉정하게 다루면서 정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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