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귀환어부 간첩사건 재심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노아무개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5일 열린 노 전 조사관과 전아무개 전 조사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윤강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5일 밤 “현재까지의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노 전 조사관 측 변호인이 전했다.

노 전 조사관과 전 전 조사관의 변호인인 강을영 변호사(법무법인 참)는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구속의 요건이 범죄의 중대성이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인데, 현 단계에서 두 피의자는 수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검찰의 자료 확보도 충분히 됐다는 점에서 구속수사까지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피의자들은 12시간 이상씩 수사를 받는 등 수사에 성실히 응했으며, 증거제출에도 성실히 협조했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울 때 하는 것이 강제수사(구속수사)이겠으나 이 사건은 우리가 보기에 사실관계는 상당부분 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85년 3월 9일 백령도 서쪽 공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24일만에 돌아온 선원 21명이 기자회견장했던 자료사진.
@연합뉴스
 

강 변호사는 “결국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법적 소명이 이뤄졌느냐인데, 이 역시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이는 소송을 통해 가려지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형사절차의 기본원칙이 불구속수사라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 원칙을 반영해 내려준 결정이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검찰은 “범죄가 중대하고 피의자들이 말을 맞출 우려와 증거인멸할 우려, 이것도 안되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 변호사는 전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강 변호사는 “과거사 피해자들의 의도와 의사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조사관 등의 사건은 과거사위원회 조사업무 등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이 위원회 활동 업무가 종료된 이후 법원에 재심청구를 한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사건이다. 노 전 조사관은 과거사위 활동 종료 이후 김준곤 변호사(전 과거사위 상임위원)이 있는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납북어부사건 피해자를 소개해줘 수수료를 받은 것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다투고 있다. 노 전 조사관은 이 돈을 성과급으로 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검찰 측은 알선료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을영 변호사는 “노 전 조사관 등이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서 했던 일의 대가인지, 그 규모를 볼 때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라며 “이는 법적인 해석에 해당되므로 재판부에서 밝혀져야 할 일이지 강제수사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조사관을 구속한 뒤 수임 비리의 의혹을 받고 있는 변호사들을 줄줄이 소환해 수사를 본격화하려던 검찰의 기세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핵심인사들은 대부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어서 수사 착수 배경을 두고 의문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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