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유가족들이 무기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등 재난 피해자들이 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사조산업 원양어선인 501오룡호 침몰사건 유가족들은 정부와 사조산업에 책임을 지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서울에서 무기한 농성중이다.  

오룡호 침몰 67일째인 5일 오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등은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룡호 침몰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조산업을 규탄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룡호 유가족대책위원회 고장운 위원장은 지난달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수색하러 간 배만 걱정하고, 회사(사조산업)은 유가족들이 지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시민들이나 언론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세월호는 특별법도 만들어지고 국민들의 지지도 있는 것 같은데 오룡호 사건도 60명이나 타있던 대형참사”라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 5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과 오룡호 유가족이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오룡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제공)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로부터 불과 8개월도 되기 전에 한국은 역대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원양어선 침몰 사고를 경험했다”며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무리한 출항, 부실한 안전점검, 사고 이후 대응의 미흡함까지 모든 문제가 세월호 침몰 당시와 같다”고 밝혔다. 

사조산업은 선박의 침몰 원인을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탓이라고 밝혔고 부산해양경찰도 기상악화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다 벌어진 사고라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는 사고 원인을 선장에게만 집중시키고 사조산업과 연관성을 끊어내려는 태도”라며 “왜 무리한 조업을 했는지, 왜 퇴선 명령을 내리지 못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처럼 오룡호도 낡은 선박이었다. 오룡호 유가족들은 “36년이나 된 노후 선박이었지만 제대로 된 유지보수나 안전점검이 없었다”며 “사조산업은 선박 9척을 선령 30년 이상의 노후선박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객선과 달리 원양어선은 선령제한이 없다.

세월호와 오룡호 유가족들은 “기상악화 상태에서 무리한 조업은 사조산업의 과도한 할당량 때문”이라며 “비상상황이 발생했지만 배에서 4시간 가까이 퇴선 명령을 미룬 이유도 할당량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오룡호 유가족들에 따르면 선장과 기관장 등 핵심선원 4명이 기준에 미달하는 자격증을 가진 상황이었고, 꼭 필요한 2등, 3등 기관사도 타지 않은 상황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룡호 침몰사고는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없어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참사”라며 “사조산업이 오룡호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부가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5일 오후 오룡호 유가족들은 사조산업 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사조산업 본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집회 준수를 지켜달라’며 유가족들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 = 오룡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오룡호 유가족들은 사조산업 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사조산업 본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집회 준수를 지켜달라’며 유가족들을 가로막았다. 오룡호 유가족들이 사조산업에 요구하는 사안은 △사고와 소홀한 구조작업에 대한 정부와 사조산업이 책임 있는 사과 △실종자 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제시 △서울에 분향소 설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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