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카타르 민영 방송사인 알자지라가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극적으로 악화돼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자지라는 지난 1일(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위협에 놓여있는가’라는 앤드류 샐먼 기자의 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입법자·lawmakers)들이 국회에서 쫓겨나고, 정당이 해산되며 언론인들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며 “활동가들이 추방당하고, 국정원 요원들이 선거에 관여한다”고 지목했다.

알자지라는 한국에 대해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주의였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지금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스티븐 김 교수는 “한국에서 어렵게 얻은 민주적 자유는 실로 엄청난 위험에 놓여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추세의 출발점을 찍었고 그것은 박근혜 하에서 극적으로 악화됐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알자지라는 한국이 1948년에 수립된 이후 수십년간 나라를 지배해온 독재 우파 정부와 시민을 학살한 군대, 무력 진압을 일삼은 경찰에 맞서 민중의 힘으로 지난 1987년 거리로 뛰쳐나오고 나서야 온전한 민주적 선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는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우파 행정부들이 권력을 가진 이래 전개된 일들은 일부 자유가 과거로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게재된 알자지라 온라인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과 관련해 서울에 거주하는 마이크 브리든(‘한국인’의 저자)은 “이명박과 박근혜는 독재정부 성공의 정점이었던 1970년대에 성장했다”며 “그래서 현 권력은 북한의 위협의 그림자에서 자라고 인권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받아들여온 세대의 손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현 정부 들어 발생한 국정원 대선개입, 이석기 구속, 통합진보당 해산 뿐만 아니라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알자지라는 우려를 표했다. 알자지라는 “반정부 풍자쇼 나는 꼼수다 멤버 중 한 명(정봉주-기자 주)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루머를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며 “더욱이 최근엔 카토 타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어디있었는지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 돌고 있는 루머를 인용한 2014년 8월 글과 관련해 청와대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후 재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선고가 올 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알자지라는 내놓았다. 또한 그 사이인 1월 28일 한 지역인터넷 사이트 서울의소리(백은종 대표)는 대통령과 그 동생에 대한 루머를 보도한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이밖에도 알자지라는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저자 신은미씨를 추방한 일을 들어 신씨가 자신이 보수주의자들에 의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말한 것도 전했다.

이 같은 명예훼손 소송 남발을 두고 ‘열린정부 파트너십(OGP)’의 한국팀 수석연구원인 제프 케인은 “우리는 검열의 증가와 명예훼손 소송사건과 국가보안법에서 오는 냉기를 감지했으며, 언론의 자기검열이 노골적”이라며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게재된 알자지라 온라인판
 

이에 대해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보호한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명예훼손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김 박사는 “이런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 압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정치에 맞서 더욱 활동적이고 힘차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이를 두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며 “좌파 언론이 정부의 행위를 비판했다 해도 한국의 거리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비관론을 내놓았다.

(알자지라 기사의 번역은 지난 3일 외신번역전문사이트 뉴스프로가 번역내용을 일부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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