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행진 신고를 한 오체투지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노동자 6명이 연행되고 한명은 경찰과 충돌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대치 과정에서 한 경찰관은 술을 마시고 공무를 집행한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달 7일~12일 제2차 오체투지를 했던 해고노동자·시민들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는 5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제3차 오체투지 출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수백 명의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경 노동자들과 대치하던 중 집회 차량을 견인하겠다며 견인차를 보냈다. 참석자들은 집회 차량이 “도로의 통행을 막지 않는다”며 견인차량을 막아섰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참석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 등 6명이 영등포 경찰서로 연행되고 청년 한명이 부상으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기륭전자 김소연 전 분회장은 “차량통행에 문제가 있다면 구청에 신고해서 주차단속반을 보내면 된다”며 “우리들을 도발하게 해 연행하려는 것이 경찰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경찰이 술에 취한 채 공무를 집행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기자회견이 계속 지연되던 오전 11시경 경찰 한명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서영섭 신부에게 다가와 “당신들 불법집회를 했으니 해산하라”고 말했다. 서 신부는 경찰에게 술 냄새가 많이 나자 “근무시간에 술 취한 상태로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라고 하는 것은 괜찮느냐”고 따졌고 술 취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이 서 신부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던 노동자들이 해당 경찰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국회 안으로 음주 의혹 경찰을 숨기고 국회 정문을 닫았다. 경찰 관계자는 노동자들 항의에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영섭 신부는 “국회 앞에 오니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며 “공권력에 의존해 통치하려드는 40여년전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박근혜 정부의 폭력을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은 대표단 30명만 가능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국회 건너편에서 대기하고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건너편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넘어오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700여명 정도다.

당초 이날 오체투지행진은 오체투지 참여자 200여명, 행진 참여자까지 모두 1000 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두 팀으로 나눠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목동 스타케미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뒤 진행할 예정이었다. 

   
▲ 5일 오전10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제3차 오체투지행진에 앞서 예정된 기자회견이 경찰의 방해로 지연되고 있다. (사진 = 장슬기 기자)
 

서울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기자회견 이후 국회 근처에서 인간 띠잇기 1인 시위가 예정돼 있는 걸로 아는데 집회 신고를 하고 진행해야 한다”며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니 해산을 명령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회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건너려는 노동자들도 막아섰다. 한 노동자는 “길을 건너가는 것인데 왜 막느냐”고 따지자 경찰은 “충돌이 예상될 수 있으니 막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증거를 수집하겠다”며 “채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오체투지 기자회견에 참여하려던 나경채 노동당 대표는 “70년대 노동자들이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주장조차 차단하려고 한다”며 “전봇대에서 일하다 떨어져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낮은 임금에도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해 이렇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제3차 오체투지는 4대 재벌을 향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5일 오전부터 오는 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목동 스타케미칼 본사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한 쌍용자동차, 콜트콜택, 스타케미칼 등 노동자들은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체투지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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