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무죄 판결을 한 이범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부장판사)가 고등 부장판사(차관급)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나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은 3일 발표한 고위법관 인사에서 대구고법 부장판사 승진대상자 명단에 이범균 부장판사를 포함시켰다. 능력이 인정된 법관으로, 심사절차를 거친 인사라고 대법원 측은 4일 설명했다.

이를 두고 판사 출신의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이범균 부장판사는 선거·경제 사건 전담재판부에서 지난 2년 동안 나라를 통째로 뒤흔든 사건들을 전담해 재판하면서, 적어도 상식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는 대표적인 정치재판을 했다”며 “더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시절 이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을 지내고, 대법원장 땐 산행을 동행하기도 한 대법원장 측근 인사로 알려져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인맥도 그렇고,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한 데 따른 보은 차원에서 승진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범균 대구고법 부장판사(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
@연합뉴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두고 박 의원은 “모든 판사의 염원이 ‘고등부장판사’로 승진하는 것으로, ‘평생법관제’나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고법원제’에 따라 고등부장과 지방법원장을 순환해 맡으면서 평생을 고위직 법관으로 지낼 수 있다”며 “잘하면 대법관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세훈 김용판 무죄 재판장으로 알려진 이범균 부장판사에 대해 박 의원은 “과거 사법부가 독재에 대한 저항을 사법파동 이름으로 보여주면서 건강한 사법부로 유지시켜왔는데, 이범균 부장판사의 원세훈 김용판 재판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은 국가기관이 향후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사법부가 제시해준 것”이라며 “적어도 이 정도로 선거에 개입하면 무죄가 된다는 사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법 판사들조차 권력의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면 출세하는 구나라는 법원 내부의 안좋은 선례를 만든 것”이라며 “특히 판결에 이은 인사까지 보은을 한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정당하게 이뤄진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공보관인 김선일 판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각 재판부가 독립돼있어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없으며, 사법부 자체가 판결 하나 권력 눈치보고 했다고 진급했다면 진급안될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며 “오랫동안 능력을 인정받아 정당한 심사절차를 거쳐서 승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원세훈 판결도 상급심 판결을 통해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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