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허술한 보육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각계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거리에 나섰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보육 정상화를 바라는 엄마아빠와 시민단체 일동)는 ‘엄마·아빠, 땜질식 보육정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보육정책의 문제와 개선사항을 알리고 정부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가 보육의 책임을 부모에게 돌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지난달 14일 인천 보육교사 어린이 폭행 사건이후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 대책으로 임시방편인 CCTV의무화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과 논리적으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가정양육 지원 강화 등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울산 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울산 어린이집에서 사망한 성민이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일 “당시 영유아보육법은 보육실태 조사를 5년마다 하도록 했다”며 “아이가 위탁된 100여 일간 조사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국가가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비롯한 보육문제는 그동안 공공의 책임을 방기한 국가의 잘못이 분명한데 정부는 이번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를 땜질식 대책으로 넘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보육 현장은 더욱 피폐하게 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근절 대책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보육교직원 자격 요건 강화, 부모모니터링제도 강화, 피해아동 심리지원 확대, 신고포상금 증액, CCTV 열람거부 시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를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육교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 △어린이집 부모참여 확충 △어린이집 관리감독 제대로 이행 △임신과 육아를 위한 일·생활 양립정책 마련 등이다. 국가완전책임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매년 100개씩 기존 운영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보육교사 처우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해 교사 급여를 국공립어린이집 수준으로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 중 95%가 민간어린이집이다. 참석자들은 “민간어린이집은 예산을 쏟아도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국가와 지자체 책임하에 운영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30%까지 확충해달라”고 주장했다. 민간 보육시설은 부모가 직접 보육교사에게 비용을 지불해 보육의 질이 담보될 수 없다. 이들은 “월 140여만원을 받으며 10시간 넘게 근무하는 보육교사에게 좋은 보육을 기대할 수 없다”며 보육교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정부가 보육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들에게 떠넘겨 허리가 휜다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참여연대 제공)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3월부터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한다.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줄어들고 CCTV만 늘어나고 있고, CCTV설치 의무화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석자들은 “CCTV로 부모가 직접 감시하라는 것은 국가가 관리감독책임을 피하고 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보육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부모는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어린이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학부모에게 보육 책임을 떠미는 정부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정부가 보육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들에게 떠넘겨 허리가 휜다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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