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신문방송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에는 광고총량제 도입과 가상광고 허용 등 방송광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쟁점들이 포함돼 있다. 지상파 특혜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국민들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작 지상파도 비지상파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지상파 광고총량제다. 유료방송 업계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에 연간 최대 2750억 원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중동 등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신문들은 연일 지면을 동원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얻게 될 추가적인 광고수익은 217억~383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상파 특혜가 아니라 비지상파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가상광고 허용을 비롯한 추가적인 광고 규제완화는 유료방송 업계에 상대적인 특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상광고 허용시간이 지상파 TV의 경우 현행 프로그램 시간의 5%로 유지되지만 종편 등 비지상파 채널에서는 5%에서 7%로 확대돼 상대적으로 혜택이 크다. 

   
▲ 지난해 12월 20일자 조선일보 기사
 

개정안에는 가상광고 뿐 아니라 간접광고의 제품 시연도 허용된다. 이 같은 무분별한 광고규제완화는 비지상파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현재 방송광고 시장은 유료방송 업계에 더 유리한 지형”이라며 “지상파 특혜라고 유료방송이 주장하는 내용은 갈등이라기보다 유료방송 영역에서 자사의 시장이 줄어들 염려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료방송이 특혜를 많이 받았는데, 최근 들어 방통위가 비대칭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종편이 위기감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종편 신문사들은 광고총량제를 강하게 흔들어야 방통위가 중간광고 허용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가상광고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특정 상품의 시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광고방송이 되는 것과 다름없는 심각한 시청권 침해 행위”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제대로 된 정책적 방향성을 갖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총장은 “방통위가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상실했다”며 “산업지향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방송의 공적 책임의 영역이 확고히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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