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내용의 광고총량제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은 규제가 더 많이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12월 19일, KBS ‘뉴스9’)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에게 광고를 몰아줄 수 있는 광고 총량제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지상파만 살리고 나머지는 다 죽이는 정책이라면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TV조선 ‘뉴스쇼 판’)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두고 지상파방송과 종편을 소유한 보수신문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사 이기주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방통위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총량제를 통한 지상파 방송3사의 추가수익은 연 217억~383억 원 정도다. 유료방송업계가 주장한 2750억 원 규모와 차이가 크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 역시 “지금처럼 광고판매량이 50%에 그칠 때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해도 광고비가 증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광고총량제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곽 상무는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오히려 광고혼잡도만 증가시켜 광고시청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총량제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지금도 완판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면서 “채널 당 2~3개 정도가 고작인데 광고가 있어야 갖다 붙일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손 실장은 “지상파 방송사 광고 담당자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라며 “중간광고를 도입하지 않는 한 지상파에 보탬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수언론의 지상파 때리기는 중간광고 도입 저지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 역시 “광고총량제 자체로는 큰 피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상파 비대칭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방향”이라며 “지상파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유료방송 업계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 MBC 스포츠중계 프로그램의 가상광고화면 갈무리.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도 가상광고가 허용된다.
 

광고총량제 뿐 아니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전체를 놓고 봐도 지상파 방송사에 큰 이익을 줄만한 요소는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가상광고가 허용된다. 그러나 유료방송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보다 더 긴 시간을 편성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개정안을 가리켜 “비지상파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접광고 규제완화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반발로 현재 방통위가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개정안으로 지상파가 이익을 보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위기를 타개할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사가 ‘중간광고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손 실장은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연 1300억 원정도 광고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가 고사위기인 상황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언론시민단체들도 공감한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상파는 공적 영역의 보편적인 서비스로 대중의 이익과 직결된다. 물적 기반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만한 경영에 대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에 걸맞은 보도를 하고 있지도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지원 해달라고 하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들. 왼쪽부터 이기주 상임위원, 김재홍 상임위원, 최성준 위원장, 허원제 부위원장, 고삼석 상임위원. ⓒ 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광고규제완화나 수신료 인상, MMS 도입 등을 촉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상파가 시청자들을 위한 공적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두텁게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방통위가 ‘지상파 공공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방통위는 사업자들 이해관계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느라 정작 방송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기본적으로 방송시청자의 주권을 우선시하지 않고 경제논리로 접근한다”며 “방송공공성을 위한 명확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통위가 방송사업자들의 대리자가 된 것도 문제지만 방송의 지배구조문제를 논의를 외면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대표적으로 오늘날 MBC가 경영진 탓에 급격하게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방통위가 사업자들에게 당근만 쥐어주지 말고 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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