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 동양통신 기자. 1967년 동양통신에 입사해 연합통신 주일본특파원, 외신3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전무이사까지 거친 원로이자 베테랑 통신사 기자다. 현재는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대주주 4기 뉴스통신진흥회(진흥회) 이사장이다. 2005년 초대 진흥회 이사이기도 했다.

4기 진흥회는 연합뉴스 관리·감독권 및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다. 송현승 사장이 3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만큼 4기 진흥회 이사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렇다면 이문호 이사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떨까. 한 개인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지만 “말 되는 보수”,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가 있다. 진흥회가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앞두고도 대통령 몫 인사이지만 나름의 소신을 지킬 거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의 ‘소신’은 무엇일까.

   
▲ 이문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 뉴스통신진흥회
 

이문호 이사장은 상당한 필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01년 ‘뉴스에이전시란 무엇인가’란 책을 펴냈다. 전 세계 통신사의 뉴스 생산 방식 및 구조, 통신사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하고 표절한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 세계 특파원들이 역사를 변화시킨 사례를 한 편으로 묶어 놓았다. 통신사에 대한 학습서이자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통신사 개념이 척박했던 한국 현실에서 그는 “자사 기자를 지구촌 곳곳에 수천, 수만 명 풀어 필요한 뉴스를 수집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부터 기사를 사는 게 바람직하며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 제4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들이 작년 12월 30일 오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부터 임명장을 전수 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정창영 이사, 조성부 이사, 심의표 이사, 이문호 이사장, 김종덕 장관, 정성만 이사, 허승호 이사, 손영준 이사. 사진=뉴스통신진흥회 홈페이지
 

1국 1통신 체제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1980년 말 통신 통폐합으로 졸지에 기자수가 2~3배로 늘어났을 때 겉으로는 강제 통폐합이 웬 말이냐, 군사 정권의 언론 자유 말살이고 사유 재산권 침해 아니냐고 비분강개하면서 통신 기자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른 것은 이런 속사정의 발로였다”고 말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이 책에서 그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다.

“연합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소유 구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권 담당자에 의해 경영진이 임명되고 국책 성격이 강조되면서 낙하산 인사, 보도의 공정성, 재정의 어려움 같은 문제들이 대두된다.” “얼마나 적격자를 선임하느냐하는 문제의 차이가 있을 뿐 권력자가 자기 사람을 앉히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연합 사장직은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편을 소화시킬 수 있는 논공행상 대상의 하나인 전리품이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권이 자신을 포함한 연합통신 임원진을 강제 퇴진시키고 김종철 한겨레 논설위원(현 동아투위 위원장)을 연합통신 신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아무리 마른나무 타면 생나무도 타는 법이라고는 하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도 모른 채 태풍이 불고 있는데 창구멍 틀어막으면서 세상을 헛살았구나 하는 심한 자괴감을 떨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또 “전쟁하는 데는 원효대사가 충무공에 미칠 수 없음을 모른 탓이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연합을 그 정도로만 치부한 결과일 것”이라고 썼다. 낙하산 인사 세태를 멋들어진 비유로 비판한 것.

   
▲ 뉴스에이전시란 무엇인가 / 이문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이제는 다시 그가 사장을 추천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의 말대로 “연합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소유 구조”를 지니고 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통신사로 성장은 했으나 근본적인 주식 구조 개편을 통한 정부의 간섭 배제까지 이룰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1989년 이후 23년 만에 첫 파업을 겪어야만 했다. 이들은 MB정권 이래 두드러진 불공정 보도의 개선과 그 책임자 ‘박정찬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연합뉴스지부는 파업 뒤 단체협약을 통해 경영진이면서 편집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받은 ‘편집상무’를 폐지하고 ‘편집총국장제’를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전히 전문성 없는 인사가 진흥회 이사로 임명되고, 낙하산 사장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월 중 진흥회 주도로 꾸려질 사장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두고 벌써부터 정권 편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장이 그런 식으로 임명되니 나머지 임원과 국장 등 요직 인사에까지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고 당연한 결과로 권력층에 연줄을 동원하고 지방색이 춤추는 일까지 생겼다.” 14년 전 이문호 이사장의 말이 연합의 내일에도 들어맞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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