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방위산업 비리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이 군 인사 관계자, 방산업체 직원들과 지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수천만원의 돈을 내지 않는 등 비위행위 의혹으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위사업청 소속 이아무개 중령은 2008년부터 당시 지인 소개로 이아무개씨를 알게 됐다. 이씨에 따르면 이 중령은 서울 장안동에서 이씨가 운영하던 음식점에 와서 ‘대령 진급을 해야 되니 도와달라’며 ‘진급하게 되면 물질적 보상을 하든 음식점에 사람을 데려와 매상을 올려주든 보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 중령은 이씨가 장안동에서 예지동으로 음식점을 옮기고 나서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의 선후배 등과 함께 찾아와 돈을 다 내지 않고 식사해왔다. 이씨는 “대령으로 진급할 때까지만 도와달라는 말에 이 중령의 인사 청탁 자리나 부대원 회식자리를 좀 더 신경 썼다”며 “이 중령이 내지 않은 음식 값 수천만원을 대신 내가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 중령은 ‘며칠 안으로 (음식값을)갚겠다’며 대금 지급을 계속 미뤘다.

그러나 이 중령은 무전취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중령은 “식당에 아는사람들이랑 갈테니 좀 식사비를 저렴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이씨(식당주인)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서너번 식사한 것을 수천만원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음식점 사장에게 돈을 빌려준 뒤 고리를 요구하고 다른 지인들에게 음식점 사장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협박을 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다. 특히 이 음식점에서 방위사업청과 계약 관계인 한화, LIG넥스원 직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중령은 방위사업체 한화 직원들이나 LIG넥스원 사업지원팀 직원들과 함께 이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오기도 했다. 두 업체는 모두 방위사업청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는 이해관계자다. 이에 이 중령은 “친구, 육사 선후배인 사이에서 밥을 한 번 먹은 것”이라며 “계약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씨는 이 중령으로부터 식사비용을 받지 못하다 지난 2013년 2월 급전이 필요해 이 중령에게 500만원을 빌렸다. 이 중령은 1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원리금 상환이 늦어지자 내용증명을 보내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이씨는 “이 중령이 연120%의 이자를 요구해 총 1400만원을 갚으라고 협박했기 때문에 갚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중령을 이자제한법 위반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이 중령은 “(이씨가) 돈을 계속 갚지 않자 화가 나서 술기운에 그렇게(1400만원을 달라) 문자를 했던 것이지 내용증명에 시중은행금리로 계산해서 원리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며 “채무를 갚지 않으려고 문제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중령이 지난해 9월 나와 이 중령의 지인들에게 ‘이씨가 돈을 빌려서 떼먹으려 하고 자신(이 중령)을 협박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해 말 혜화경찰서에 이 중령을 고소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 중령은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기와 협박죄로 고소하겠다”, “음식점 손님들에게 얘기해 장사 못하게 하겠다” 등의 내용을 욕설과 함께 보냈다.   

군 당국에서도 이 중령의 비위의혹을 포착하고 조사중이다. 현재 국방부 합동조사본부는 이 중령에 대해 △지위를 이용한 대가성 금품·향응 접대 △진급 청탁 로비 △방사청 신분으로 관련 업체(한화, LIG넥스원)와 만남 등을 신고 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령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인사 청탁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인사시스템에 의해 진급이 결정되고 내가 식사한 군인들은 인사권자도 아니고 대부분 육사 선후배”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본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수사라서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다”며 “아직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본부는 2월말까지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 씨가 혜화경찰서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 중령을 고소한 사건도 합동조사본부에서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방위사업 관련자들의 비리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유도탄고속함 등을 수주할 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로부터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해군 장성 출신이 방위사업 비리로 참고인 조사를 받다 한강에 투신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군인은 공직을 떠난 뒤 방산관련 업체에서 고문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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