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내용의 방통위 보고서를 ‘지상파 편향’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두 신문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의심하면서도 자사에 유리한 통계는 인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총량제는 광고 종류별로 제한된 편성구분을 없애고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에 광고 확대편성이 가능해져 지상파 광고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지상파의 추가적인 광고수익규모가 전체 광고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달 26일 한국신문협회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전체 광고시장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도입효과를 따로 조사하고도 그 결과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에 용역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공개질의서에 조선과 동아는 발행인 명의로 이름을 올렸다. 두 신문은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인한 지상파 방송사의 추가적인 광고수익이 연 2000억 원 규모라고 보도한 바 있다. 

논란 끝에 방통위가 지난달 30일 해당 보고서를 공개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른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 광고 수익 증가폭은 217억~383억 원 규모로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조선과 동아는 ‘지상파 이익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 지난달 31일 동아일보 기사.
 

두 신문은 보고서가 광고가 완판되는 프로그램에 한해 광고효과를 분석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동아일보는 보고서에 관해 “‘지상파 방송 편들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분석대상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인기방송프로그램으로 한정하는 등 지상파 광고매출증가를 일부러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 수치는 의도적으로 축소됐다는 논란을 빚었다”며 “보고서는 광고가 100%판매되는 인기 프로그램의 광고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너무 축소 평가한 것”이라는 익명의 ‘방송광고산업활성화 전문위원’의 말을 전했다. 

두 신문의 비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광고가 완판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는 방식은 오류를 만들 수 있다”며 “완판광고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역시 “총량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모든 프로그램 광고판매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광고시간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프로그램에 한해서 추가 광고판매 기대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조선과 동아는 보고서가 ‘지상파 편향’이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유리한 통계는 인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광고총량제 효과 분석 시뮬레이션 외에도 ‘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한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결과도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81.7%의 광고주들이 지상파TV 광고비를 늘리기 위해 다른 광고를 이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광고이전을 예상하는 매체별 비중은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이 33%로 가장 높았다. 조선과 동아가 운영하는 종합편성채널의 광고가 지상파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과 동아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81.7%가 지상파 광고비에 충당하기 위해 다른 매체에 집행하던 광고비를 줄일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지상파 방송광고 총량제로 전체 방송광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종합편성채널, 유료 방송, 신문 등의 광고를 빼앗아 지상파 방송을 살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의 말을 전했다.

이해관계가 직결된 사안에서 자사 입맛에 따라 같은 보고서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최 교수는 “실제 광고총량제의 효과가 크지 않기도 하지만, 자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종편을 소유한 신문들의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언론은 사안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데 언론사를 자사 이익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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