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서 농성하던 오룡호 유가족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났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501오룡호 유가족들은 그날 사조산업 건물 밖에서 추운 밤을 지샜다. 오룡호 유가족들은 주말동안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연고가 있는 유가족은 없는 상황이다. 

오룡호 유가족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시경 오룡호 유가족들이 매일 진행하던 서울 시내 행진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사조산업 측은 직원들을 동원해 계단을 막고 출입구 셔터를 내렸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유가족들은 사조산업 건물 옆 길거리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9시 유가족들이 사조산업 측에 연락해 개인 소지품이 건물 안에 있다고 말하자 사조산업 측은 오후 10시경 개인 소지품을 모두 건물 밖으로 옮겼다.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대책위) 고장운 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토요일에 조계사에 찾아가 머물 수 있냐고 물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주말 내내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며 잠을 잤다”며 “오늘(2일) 다시 조계사를 찾아가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을 만나볼 계획인데 이들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으로 바빠서 우리에게 신경을 크게 쓰지 못하는 중”이라며 “그래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청와대에 청원서도 보내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조그룹 법무담당 김영수 변호사는 퇴실 이유에 대해 “유가족들이 노후화된 건물에서 취사를 하며 있다 보면 화재 위험도 있고 밤새 당직하는 직원도 세워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본사 건물에는 다른 회사들도 입주해 있는데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유가족들도 복수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협상내지는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본사 건물 내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미 유가족 중 절반정도는 합의를 했고, 앞으로도 협상 창구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사조산업은 오룡호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사조산업 본사 3층 농성장에 15일 오전 ‘퇴실공고’를 붙였다가 떼어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지난달 25일부터는 농성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난방 기구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당시 사조산업 측은 “전기 안전검사를 위해 잠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가족 측은 “안전검사가 끝난 이후로도 계속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오룡호 유가족 “죽은 것도 서러운데 전기까지”)

유가족 김씨는 “사조산업은 유가족 전체를 협상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전기를 끊어도 언론과 정부에서 관심이 없으니 사조의 본색이 드러나 내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사조산업 본사에는 여섯 유가족은 8명이 남아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여섯 유가족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오랜 농성으로 지쳐 잠시 집(부산)으로 내려가거나 병원에 입원한 가족들이 있어서 8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서 농성하던 오룡호 유가족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나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사진 =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오룡호 침몰사고로 실종(5명)되거나 사망(6명)한 선원은 총 11명인데 이중 다섯 가족은 이곳을 떠난 상태다. 고 위원장은 “회사가 유가족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협상을 하며 대책위 내에 분란을 조장했고, 회사측 말에 따르면 다섯 가족은 보상금 문제 등에 합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조산업 본사에는 여섯 유가족은 8명이 남아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여섯 유가족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오랜 농성으로 지쳐 잠시 집(부산)으로 내려가거나 병원에 입원한 가족들이 있어서 8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룡호 외국인 유가족들은 ‘사조산업이 1만달러(약 1000만원)에 합의하지 않으면 시신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강제로 합의를 받았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사조그룹 김영수 변호사는 “해당 내용에 대해 확인해봤지만 사실무근”이라며 “필리핀 유가족들이 민사 소송을 계획중이라는데 소송이 들어오면 내용을 확인하고 법적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침몰한 오룡호에는 승선원 60명이 타있었고 지금까지 러시아 감독관 등 외국인 7명만 구조되고 27명이 사망했으며 26명은 실종상태다. 탑승 한국인 11명 중 시신은 6구가 발견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31일 러시아 정부의 해역 입어활동 금지로 수색이 중단됐다. 

대책위의 요구사항은 △사고와 소홀한 구조작업에 대해 정부와 사조산업이 책임있는 사과 △실종자 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 △서울에 분향소 설치 등이다.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서 농성하던 오룡호 유가족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난 이후 거리에서 노숙 농성중이다. (사진 = 오룡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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