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새로운 시청률 집계방식이 도입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실시간 TV시청 뿐 아니라 VOD,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도 시청률에 통합해 반영할 계획이다. 

문제는 조사범위 선정과 방식의 기준이다. 외국도 나라별로 통합시청률 조사 범위와 방식이 제각각이다. 어떤 매체를 어느정도 비중으로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광고단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때문에 방송업계는 방통위의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방송학회와 함께 ‘통합시청점유율 현황과 과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통합시청점유율을 처음으로 공개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의 기본적인 방식을 공개했다. 토론자로 나선 지상파방송사, 보도PP, IPTV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학계에선 통합시청점유율 제정이 업계 이해관계에 좌우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방송통신위원회의 통합시청점유율 시범조사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범조사자료들이 공개 되면 사업자 간 통계를 놓고 벌어지는 불필요한 분쟁들이 예상되다보니 공개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진작 공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오는 2월 중 시범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철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해 실시한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2월에 조사결과가 나오는데 그때 공개 하겠다”고 밝혔다. 

   
▲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통합시청점유율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날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조사의 기본적인 방식을 공개했다.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통합시첨점유율 조사방식의 기준과 방향을 설명했다.

성 연구위원은 쟁점으로 △시청 조사대상 범위 설정 △옥외시청 조사범위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의 합산기준 △시청유형별 가중치 부여 여부 △동시시청 단말 처리방식 △패널 구성 유형에 따른 합산 방식의 차이 △사업자 데이터 활용여부 △누적 시청자 수 개념 도입 여부 △발표방식 등을 열거했다.  

시청조사 대상 범위에 관해 성 연구위원은 “미디어의 실제 소비행태를 반영해 방송사와 계약을 통해 제공하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방송 전체 분량이 아닌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도 조사대상 범위에 들어간다. 옥외시청조사는 조사 대상이 되는 패널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말을 통한 시청조사에 국한한다. 성 연구위원은 “옥외시청조사도 의미는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의 합산기준은 논란이 많은 쟁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MBC <무한도전>을 특정 케이블채널에서 재방영한 경우 해당 케이블채널과 MBC 중 어느채널의 시청률로 봐야하는지 이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성 연구위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최초편성 및 방영된 채널로 귀속한다”고 말했다.  

비실시간 시청포함 기간 역시 쟁점사안이다. VOD시청을 프로그램의 최초 방영 후 어느 기간까지 합산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성 연구위원은 “VOD 시청패턴과 조사예산의 한계, 그리고 해외사례를 감안해 일주일로 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성 연구위원은 시청유형별로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패널 구성은 “각 패널의 연령구성비 등 조건을 최대한 동일하게 설계한다는 전제 하에 고정형 TV프로그램 패널과 PC및 모바일 패널을 따로 두고 시청시간을 합산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시청점유율의 활용 목적에 관해 성 연구위원은 “규제 활용을 전제로 하지만 우선 시장에서 활용을 하고 규제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도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tvN 드라마 '미생'포스터. 지난달 종영한 '미생'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7.4%로 집계됐지만 20~30대 시청자가 많아 통합시청점유율을 도입하면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tvN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업계 이해관계에 따라 이유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현재 통합시청점유율 도입방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오형일 KBS 편성기획부 편성전문PD는 “지상파 사업자들은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에 기대보다는 불안이 크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오 PD는 “통합시청점유율은 광고단가를 산정하는 시청률과 여론다양성을 위한 규제제도인 시청점유율의 성격을 둘 다 갖고 있는데, 사실상 규제를 위한 조사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오 PD는 또 “VOD와 같은 비실시간 시청을 시청률로 측정 가능한지도 의문이다”라면서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은 시청동기, 맥락, 방식이 상이한데 이러한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합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제 YTN DMB 정책기획팀장은 “보도채널은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특종’이 아닌 이상 다시보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VOD를 통합시청점유율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보도채널은 서울역 등 공공기관에서 옥외시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측정하기 어렵지만 옥외시청률 조사도 반드시 통합시청점유율에 반영해야 한다. 조사가 어렵다면 설문조사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IPTV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이 상무는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을 환영하지만 지금 언급된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TV프로그램 방영 전 광고의 시청습관과 VOD 방영 전 광고의 시청습관은 질적으로 다르다. VOD는 광고를 피하기 힘들다”며 “이를 일반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VOD의 시청률 집계기간을 1주일로 한정한 것도 대해서도 이 상무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상무는 “우리는 자체조사할 때 시청률을 4주 정도 측정한다. 방송이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된 후의 소비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며 “방통위가 VOD시청률 집계기간을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요구가 쏟아지자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시청점유율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업논리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반드시 검토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정책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 방통위가 논의 과정의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통합시청점유율에 집계하는 VOD시청기간에 따라 IPTV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유리 기자.
 

결과적으로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이 모든 방송사업자들에게 혜택이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그는 “사업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이 표출되는 것 같다”며 “지금은 사업자별로 유불리를 따져 염려를 하고 있지만 새 제도가 만들어지면 신뢰도 높은 수용자청보체계가 확립되기 때문에 모든 사업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문산업이 오늘날 무너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ABC제도 등 신뢰도 높은 수용자정보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역시 “지금 방송광고의 단가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모바일이나 PC에 비해 광고단가체계의 신빙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통합시청점유율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재 방송시청률 조사가 고정형 TV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맞지 않다”며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방송산업과 방송광고산업 발전 위해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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