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을 단독보도한 한겨레 정대하 기자가 올해의 법조언론인으로 선정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법률지원활동을 했던 박주민·배의철 변호사는 올해의 법조인으로 뽑혔다. 배 변호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아픔과 눈물 속에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고사했다.

법조언론인클럽은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법조언론인클럽 시상식을 열고 올해의 법조언론인과 법조인을 선정해 시상했다.

올해의 법조언론인으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사건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 사회2부 정대하 기자가 선정됐다. 법조언론인클럽은 정 기자의 보도가 “허재호 회장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황제노역문제를 지적해 한국의 법조체계를 개선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 기자는 “이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허재호 회장의 호화로운 해외 도피생활을 제보해 준 뉴질랜드의 동포사회”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동포의 제보와 연합뉴스의 관련 보도 덕에 뉴질랜드 현지 취재를 했고, 보도를 통해 4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지 않고 도피해 살던 재벌회장을 처벌하게 됐다”며 “이 취재를 계기로 기자활동을 하며 느꼈던 무기력증을 탈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황제노역 사건을 최초보도한 매체가 연합뉴스라며 수상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논의 결과 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법조언론인클럽은 밝혔다.

   
▲ 한겨레 정대하 기자(오른쪽)가 올해의 법조언론인으로 선정돼 법조언론인상을 받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박주민·배의철 변호사가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을 받은 박 변호사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 그들은 지금도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참사를 방지해야 할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구조와 수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족들 아프게 했던 오보와 자극적 보도들도 줄을 이었다”며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일어나더라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올해의 법조인상을 고사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배 변호사는 29일 입장자료를 내고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이면서도 실종자들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모시지 못했다”며 “실종자 가족의 눈물과 아픔 속에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돼 상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정부의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통해 실종자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국력을 총동원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 모두가 역량을 총결집하여 대한민국이 대형 침몰선 인양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조언론인클럽은 민간차원의 범죄예방활동에 힘썼던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과 변호사 공익활동에 기여한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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