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MBC 예능PD가 지난 21일 해고된 후 한 주 동안 MBC를 둘러싼 논란과 풍파는 거셀 대로 거세졌다. 언론단체들은 “우리가 권성민이다”라며 격앙됐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누리꾼들도 이 사태에 격분했다. 28일 인사위 재심을 앞두고 긴장의 파고가 정점에 달했다. 

2012년 입사한 권 PD는 그해 수습 과정을 거치고 곧바로 파업에 동참했다. 권 PD는 김재철 사장 집권 이래 공공성이 사그라진 MBC에 대한 자성을 담은 글을 지난해 5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썼다. ‘엠병신 PD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로 인해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비제작부서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을 받은 뒤, 이때의 생활을 담은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MBC는 지난 21일 그를 해고했다. “(‘유배생활’ 등)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게 사유였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권성민 PD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파시즘적 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오늘
 

비상식 징계에 언론계는 들끓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해고 당일 “회사는 권PD가 자신의 처지를 ‘유배’로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았으나 권 PD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 보면 ‘유배’는 틀린 말이 아니”라며 “현 경영진의 반민주적 광기 말고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폭력”이라고 규정했고, 이 단체가 소속된 방송인총연합회는 최근 프랑스에서 번지고 있는 구호, “내가 샤를리다”를 빌려 “우리가 권성민이다”라면서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동아투위, 민언련, 언론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블랙코미디”라고 분노했다. BBC중국어판도 “한국의 제2대 공영매체 문화방송이 2012년 파업에 참가했고 인터넷에서 만화연재 방식으로 자사를 비판한 예능 PD를 해고했다”며 이번 사태를 조명했다.

해고 사태는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졌다. ‘권성민’이라는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단을 한동안 차지했고, 해고 철회 청원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 권성민 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 ⓒ권성민
 

권 PD의 스승인 천안 청수고 이인호씨는 다음 아고라에 해고철회 청원을 제안하면서 “정치권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 MBC가 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방송’이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까지 25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청원에 서명하는 등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은 비등하다.

반면, MBC는 꽉 막힌 모습만 보이고 있다. MBC는 반발하는 노조에 대해 “회사의 정당한 인사 조치를 망나니 칼춤이라 비방하는 노조는 정작 자신들이 반복적 해사행위로 회사를 망치려는 권성민의 망나니 행위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즉각 비난했다. 

권 PD 소속 부서장인 김현종 경인지사장은 23일 “2012년 입사한 권 PD는 사회 초년생”이라며 “선배들이 MBC에서 쌓아 온 업적에 대해서 엠병신이라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권 PD가 반복적으로 취업 규칙을 위반해 해고가 정당했다는 것. 

MBC는 취재진에도 불통으로 일관했다. 지난 22일 MBC는 인사위원장으로서 해고를 결정한 권재홍 부사장에게 질문하려던 <한겨레>, <미디어오늘> 기자의 취재를 물리력으로 막아섰다. 특히 <미디어오늘> 기자는 안전관리팀에 의해 MBC 사옥 밖으로 쫓겨난 뒤 출입을 거부당했다. 

   
▲ 취재진이 지난 22일 권재홍 부사장에게 권성민 PD 해고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으나 MBC 관계자들은 질문하는 기자를 막고,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안팎의 관심은 28일 인사위 재심에 쏠리고 있다. 해고가 확정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MBC의 한 PD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찍어내기 인사”라며 “해고가 재심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도 “재심 절차를 통해 구제된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 사측에서 작정하고 징계를 내려 뒤집힐 거라 보진 않는다”고 예견했다. 

반면, 또 다른 PD는 “MBC의 감정적 징계 조치에 비판 여론이 들끓지 않았느냐”며 “부정적 여론이 거센 만큼 징계가 깎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8의 해고 사태가 이대로 굳어질지 사회적 관심이 인사위 재심에 집중되고 있다.

   
▲ 권성민 PD가 2011년 MBC 공채에 응시했을 때 수험표. ⓒ권성민 PD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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