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걸 느끼는 하루하루죠”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은 누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답변하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진보당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리고, 지난 22일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확정하면서 보통의 인사말인 “안녕”은 사치스런 말이 돼버렸다.

이상규 전 의원은 실직한 가장이 돼 성실하게 집안일을 돕는 중이다. 화장실 청소, 쓰레기 버리기, 빨래 널기 등의 일을 도맡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7살짜리 아들, 3살짜리 딸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이 전 의원은 “의원 시절엔 바빠서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면서도 “실직자가 돼 유치원도 싼 곳으로 옮길 예정이고 보험도 다 해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신 주민들과 스킨십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6일 일정을 오전 진보당 해산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자신의 지역구인 관악구에서 대부분 소화했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이후 저녁에는 지역 주민들과 약속을 가졌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에는 신림동 고시촌이 있다. 이 전 의원은 “법을 공부하는 청년들을 만나면 단순히 ‘의원직 박탈이 너무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헌재 결정이 왜 잘못됐는지, 소수의견이 왜 맞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준다”며 “4월 선거에 반드시 나와서 명예회복해달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여부를 설 연휴 쯤 결정할 예정이다. 

오병윤 전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도 선거분위기로 뜨겁다. 오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고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광주 지역 재야진영에서 의견을 모아 활동해왔기 때문에 좀 더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서울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올라가지만 당분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일정 대부분은 지역 선후배들,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약속으로 채워져있다. 오 전 의원은 최근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도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권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재연(왼쪽부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전 의원
@연합뉴스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던 김재연 전 의원은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주말인 지난 24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민주수호 시민행동에 이어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에 참여했다. 평일에도 마찬가지다. 월요일인 26일 오전에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진보당 검찰수사에 관한 토론회와 비공식 회의들로 하루를 보냈다. 

청년비례대표였던 김 전 의원은 청년들과 관계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진보당 해산 이틀 전 청년대토론회가 있었는데 그걸 기반으로 1월은 새해 각급 단위 사업들을 모색하는 시기”라며 “헌재 결정, 대법 판결 관련 언론과 법적 대응도 꾸준히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 11일 진행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에도 참여했다. 

진보당 중앙당 총무실과 각 의원실은 아직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진보당은 해산됐지만 진보정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해산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기에는 벅찬 모습이었다.
 
홍성규 전 대변인도 정당 해산 이후 대변인 활동을 했던 지난 1년 9개월 동안 돌보지 못했던 지역구(경기도 화성)로 향했다. 홍 전 대변인은 “더 나은 진보정치를 어떻게 꾸려갈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당은 해산됐지만 진보 정치인으로서 이후 정치일정에 대해 고민하겠다”며 지역 주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며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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