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권성민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

권성민 MBC 예능PD가 해고된 다음날인 22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해고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하나가 화제였다. 스스로 ‘인호’라고 밝힌 이는 고교시절 권PD 국어교사였다. 

그는 “제자라기보다 젊은 벗으로 함께 했던 권성민 PD와의 시간들이 떠올라 그의 해고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현재 13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 권성민 MBC 예능PD가 해고된 다음날인 22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해고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하나가 화제였다. 스스로 ‘인호’라고 밝힌 이는 고교시절 권PD의 국어교사 이인호씨였다. ⓒ다음
 

천안 청수고등학교 이인호(59) 선생. 이씨는 권PD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교사였다. 이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해고)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길 바라는 마음에서 청원을 시작했다”며 “응원 댓글을 남기는 분들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권PD에 대해 “나와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도 함께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며 “글이나 영화 평을 쓸 적에 성민군은 항상 예리하고 폭넓은 사유를 보여줬다. 그는 타인 말을 경청할 줄 알기에, 언론 분야에서 분명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PD는 지난 21일 해고됐다.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상황을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를 SNS에 올렸다는 게 이유였다. MBC는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했다. 

이씨는 “정치권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며 “MBC가 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방송’이 돼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나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송사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씨와 일문일답.

- 권PD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기사를 통해 해고 소식을 들었다. 권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도 봤었다. 경인지사 발령 자체만으로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 싶었는데, 웹툰을 이유로 해고하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너무나 치졸한 보복성 징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많이 났다. 솔직한 심정은 ‘MBC가 해도 정말 너무한다’였다.”

- 권PD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린 ‘엠XX PD입니다’ 글도 읽어 봤나.

“읽어 봤다. 청원서에도 간단히 썼지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언론 불신, 기자에 대한 불신이 정말 크지 않았나. 성민군이 기자는 아니지만, 언론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성의 목소리, 자기 심경을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마음을 느꼈다.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다.”

   
▲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 한 장면. ⓒ권성민 PD 페이스북
 

- 해고 이후 권PD와 통화는 했나.

“이전부터 만나기로 약속했다. 권PD가 어제(25일) 우리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관련) 작품에 조언도 해주고, 다듬어 줬다. 청원서를 올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더라.”

- 권PD와는 언제 인연을 맺게 됐나.

“권PD가 고3 때니까 10년이 조금 넘었다. 글이나 영화 평을 쓸 적에 성민군은 항상 예리하고 폭넓은 사유를 보여줬다. 고3 수능이 끝나고 권PD가 교회에서 상당한 규모의 뮤지컬을 연출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 어떤 학생으로 기억에 남아 있나.

“미술, 음악, 문학, 철학 등 다방면으로 폭넓은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와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도 함께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타인 말을 경청할 줄 알기 때문에 언론 분야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 아고라에 올린 청원서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언론 민주화가 후퇴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편과 같이 매체들이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언론 공정성, 공공성을 지켜내야 하는데 국민 기대에 심히 못 미치고 있다. 상당히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언론인들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언론에 뜻을 지닌 학생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되는 것인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 MBC에게 한 말씀한다면.
 
“MBC가 그래도 사랑을 많이 받았던 방송이잖나. PD수첩을 비롯, 공영방송으로서 좋은 역할을 많이 했다. 정치권력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MBC가 그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방송’이 돼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나 역량있는 젊은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송사였으면 한다. 그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게 MBC가 해야 하는, 또 MBC를 위한 일이다. 그럴 때 ‘국민방송’으로 다시 사랑받지 않을까.”

- 권PD에게는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권PD가 해고된 것을 걱정하진 않는다.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친구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왔던 평범한 친구가 지나치게 노출된 점이 되레 안타깝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잘할 친구이지만 평정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 지금 그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잃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도 훗날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 MBC 상암동 신사옥.
 

 

(편집자주 : 인터뷰가 끝나고 글 한 편을 보내고 싶다는 이씨의 문자를 받았다. 언론인 지망생들을 위한 커뮤니티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 올리려던 글이었다. 이씨가 카페 정회원이 아닌 관계로 대신 글을 올린다.)

이런 카페가 있는 줄 오늘 알았어요. 권성민PD 관련 글 검색하다가...저는 다음 아고라에 권성민PD 해고철회 이슈청원한 고등학교 때 국어교사 이인호입니다. 지금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있고 정년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고3담임하고 있고요. 대학생 분들이나 졸업생, 그리고 고등학생들도 있겠지요? 회원이 엄청 많네요. 지금 다 활동하는 회원은 아니겠지만... 

암튼 그만큼 언론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솔직히 글 올리는 건 청원 좀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 조금 권성민PD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싶고 정말 언론이 바로 서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권성민PD에게서 많은 걸 배웁니다. 읽고 쓰고 움직이고 무엇보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요. 그래서 만나면 차 한 잔 마시며 몇 시간 얘기를 해도 시간 가는 줄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잘 모르고 고등학생들 뭐 작품 준비하는데 도움이 필요해 얼마 전에 요청을 했더니 오늘(25일) 직접 와서 학생들에게 맥락을 짚어주고 구체적 도움 뿐 아니라 관련된 작품 소개까지 줄줄이 해주더라고요. 

저도 메모하며 배웠죠. 그리고 평상시처럼 밥먹고 차 마시고 서로 사는 얘기 나누고...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권성민PD의 MBC PD 합격수기를 읽어보신 분이 많을 겁니다.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수업교재로 쓰거든요. 그걸 보시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구체적 정보와 자신의 답안까지 공개했으니 실질적 도움도 되겠고 그가 꿈꾸는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삶’에 대해 잠시 생각할 기회도 갖게 될 겁니다. (http://www.cyworld.com/miracleofgiving

사족을 달자면 그 글을 올리고 권성민PD가 염려했던 것이 앞만 보고 언론고시 준비에 올인하는 분들에게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는 것만 덧붙이고 싶어요. 오유에 쓴 글도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기레기라 욕을 먹고 취재거부를 당하던 때라 생각하면 그 글 정말 상식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무슨 엄청난 내부고발을 했나요? 

이번 웹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고 전공하시는 분들이니 더 잘 아실 것 같아 더 이상 주제 넘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권성민PD가 해고된 게 그렇게 걱정되지 않아요. 지금 같은 MBC 상황에서 그에게 참고 버티라고 말할 수 없어요. 자존감을 잃은 노동에서 무슨 창의성이 나오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합격과 동시에 1월부터 7월까지 최장기 파업을 지켜봤던 파업둥이 PD에게 지금의 MBC에서 어떻게 버티라고만 할 수 있겠어요? 

그러나 저는 통째로 그들의 손에 넘어가는 걸 알면서 자기만 혼자 뛰쳐나와 선명하게 싸우고 영화나 다른 콘텐츠를 하라고 하진 못하겠어요.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겠지만 종편을 생각하면 역사가 있는 방송이고 정말 외부 상황이 변화되었을 때 내용을 채울 사람들이 없으면 안될테니 영 팽개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인들이 힘들게 싸우고 지키고 당하고 있는 걸 대략이나마 아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작은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아고라 정도에 청원 서명 한다고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할 만큼 세상물정 모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 싶었어요. 권성민PD ‘고등학교 은사’(이말 엄청 낯간지러워요. 별로 가르친 게 없거든요.)라서가 아니라 그를 10년 넘게 지켜본,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이 카페에 이미 링크가 되어 있네요. 이 곳 회원분들이 많이 서명도 해주신 것 같아요. 나이 든 사람이, 그것도 60이 다된 사람이 뭐 할 말이 많겠어요. 다만 자존감을 지키며 나눔과 연대를 위해 꼼지락거리는 노교사지만 젊은 언론학도 여러분이 같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신다면 고딩들과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언론인, 방송인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고생한 만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청원서명사이트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62452 
모바일 
http://m.bbs3.agora.media.daum.net/gaia/do/mobile/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62452&objCate1=1&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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