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하찮은 우리 알바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태려산업이 운영하는 씨푸드 패밀리 레스토랑 드마리스 뷔페에서 일하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꽤 지쳐있었다. 오랜 기간 지속된 회사 측의 하찮은 대우 탓에 스스로 ‘하찮은 알바생’이라고 표현하는 노동자까지 나타났다. 

복수의 임금체불 피해자에게 확인한 결과 체불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체불기간은 최소 한 달이 넘었고 같은 지점에 일하더라도 직원마다 체불현황이 달랐다. 연장근무수당이나 야간근무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회사 측 태도에 상처를 입은 피해자도 많았다. 그들은 식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다. (관련기사 : 임금 체불은 상습… 밤새 포크세기 시키는 외식업체)    

드마리스에서는 때린 놈이 발 뻗고 자고 맞은 놈은 잠 못 든다. 임금체불 관련 기사가 포털에 게시되자 드마리스 4개 지점(강동점, 부천점, 분당점, 시흥점)을 관리하는 최창동 대표이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반면 드마리스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소속 직원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기자에게 새벽까지 이메일과 전화로 추가로 제보했다. 

   
▲ 태려산업이 운영중인 씨푸드 패밀리 레스토랑 드마리스 뷔페는 4개 지점(강동점, 부천점, 분당점, 시흥점)이다.
 

파악되지 않은 피해규모도 상당했다. 피해자가 수백 명인지 수천 명인지, 피해금액이 수천  만원인지 수억 원인지 추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많은 피해자 중 기자에게조차 신분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제보자가 대다수였고, 취재에 응해준 피해자들 중 시민단체 등에 제보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피해자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기자에게 연락해 태려산업에서 제보자를 색출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진짜 미디어오늘 기자가 맞는지 여러 방법으로 신분을 확인한 후 피해사실을 털어놓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숫자는 진실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체불 액수를 파악해 기사에 녹인다고 아픔까지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 체불 금액은 다 다르지만 결국 그 돈은 그들의 생계였다. 밀려가는 월세와 휴대폰 통신비 등 생활비 때문에 그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임금은 한두 달 정도 체불되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임금이 찔끔 들어오면 피해자들은 아직 남은 임금을 받기 위해 드마리스를 떠나지 못하고, 노동착취 현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밀린 급여를 가끔 받으며, 주변에서 체불에 지쳐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더 임금을 받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의 고통을 혼자 품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라는 답변 뿐, 지치는 체불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처음 문제가 제기된 드마리스 강동점에 전화를 걸었다. 강동점 인사팀에서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며 태려산업 본사 인사팀으로 떠넘겼다. 본사 인사팀에서는 원래 드마리스 직원 임금을 관리하던 이아무개 대리가 곧 퇴사한다며 그 밑에 직원에게 업무가 과중돼 체불 현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메모를 남겼지만 돌아오는 건 “체불이 있다면 이번 달 안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대답뿐이었다.  

태려산업 인사팀에 전화하면 재경팀에서 받는 경우도 많았다.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팀에 연결해달라고 하면 그런 곳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태려산업 홈페이지에 나온 조직도에 따르면 태려산업은 홍보마케팅팀을 운영하고 있다.  

드마리스 시흥점에 직접 방문했다. 빈곤에 허덕이는 직원들이 일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안내하는 직원들이 상냥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기자가 임금체불 문제 때문에 최창동 대표이사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안내데스크의 직원들은 “요즘 매장에 자주 오지 않는다”며 “그건(체불임금) 기한되면 다 지급이 된다”고 답변했다. 직원들은 ‘체불’이라는 단어에 반문하거나 놀라지도 않았고, 우연인지 사실인지 본사와 같은 내용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피해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 직원들의 임금도 체불되고 있다. 

이런 증언들이 잇따랐다. 주방팀장에게 언제 월급이 들어오느냐 묻는다. 그러면 팀장은 자신도 받지 못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본사나 대표이사에게 말해도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반복된다. 드마리스를 그만둘 각오를 하고 정부에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노동청에 끌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그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신고하기 때문이다. 노동청에 끌려갔던 A씨는 “내 임금도 6개월째 체불된 상황이었는데 아르바이트 노동자 어머니가 날 신고했다”며 “회사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직원들만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드마리스 체불 관련 첫 기사(유명외식업체 임금 체불 취재…앞에선 욕설, 뒤에선 입금)가 게시된 이후 5일이 지났다. 피해자들의 하소연은 하루도 빠짐없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사화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나온 것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 등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에 “(드마리스는) 기사화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 한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드마리스 임금체불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 네이버 화면 갈무리)
 

피해자들은 고분고분했다. 드마리스에서 3년간 일했던 B씨는 그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좋아서 몇 달 체불되더라도 참고 일했다. 그는 “이제 하나 둘 드마리스를 떠나고 있다”며 “밀린 월급만 받고 나가려고 버티고 있는 동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과장, 계장 등 관리자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반복해 들으면서도 “사실 그분들은 잘못이 없고 같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들은 하찮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하찮지 않았다. 성실히 일했고, 동료들과 회사도 함께 생각했다. 퇴근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손님이 없다고 퇴근하라면 집에 갔고, 바빠서 일찍 나오라면 일찍 나갔다. 연장근무수당이나 야간수당이 지급되지 않아도 기꺼이 일했고, 임금이 체불돼 기다리라면 기다렸다. 그랬던 그들이 회사의 협박과 그 외의 2차 피해를 당할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두려움은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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