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3인방’에 대한 인적쇄신을 거부하고 이완구 원내대표를 총리로 내정했다. 이에 조중동은 일제히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호평하며 인적쇄신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번 인사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며 청와대에 대해 옹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원내대표 선배인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서열 관계가 역전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완구 띄우기와 함께 이완구 걱정에 나선 것이다. 반면 경향은 이완구 원내대표의 내각 입성이 레임덕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은 24일 청와대 인적쇄신 관련 토요일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총리도 바꿨지만, 3인방은 안 바꿨다> 
국민일보 <꽉 막힌 국정…‘소통 총리’ 승부수>
동아일보 <총리에 이완구…실장 안바꿔 ‘쇄신 반감’>
서울신문 <‘Mr. 소통’총리…朴불통 정국 승부수>
세계일보 <등 돌린 민심에 서둘러 쇄신카드>
조선일보 <총리 이완구…김기춘 내달 교체>
중앙일보 <총리 이완구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것”>
한겨레 <총리는 바꿔도 ‘3인방’은 못바꾼다는 박 대통령>
한국일보 <朴 인사쇄신, 김기춘만 남았다>

김기춘·문고리3인방은 남았지만 이완구가 왔다 

지난 23일 청와대 인사에 대해 많은 신문들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3인방을 유임하거나 수평이동 해 전면쇄신에 실패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를 총리 후보자로 내정해 소통이미지를 강화하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 24일자 동아일보 3면.
 

특히 조중동은 이완구 후보자 인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민심수습 특명 받은 ‘소통 총리’…“대통령에 쓴소리 할 것”>에서 이 원내대표에 대해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여야 지도자들과 만나는 이 후보자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완구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 후보자가 5년전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총리직 제안을 받았을 때는 하지 않아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현재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속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성사 등 정치력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 24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에서 “비서실장과 비서관에 대한 쇄신이 무산돼 실망스럽기 때문에 이 후보자에게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마지막 공직이란 각오로 헌신하겠다는 다짐이 빈말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며 비서실장과 비서관에 대한 비판은 짧게 줄였다. 

청와대 인적 쇄신 했으니 ‘새출발’

총리 교체보다 오히려 교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던 김기춘 비서실장도 유임은 ‘시한부’ 임기라며 비판을 생략했고, 3인방 유임 및 수평이동에 대한 비판과 분석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대신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 24일자 조선일보 2면.
 

심지어 조선일보는 이번 인사 전반에 대해 호평했다. 조선일보는 <각계 추천받아 청 특보단 인사…박대통령 ‘수첩 인사’ 바뀌나>에서 “특보단을 상향식으로 뽑아 기존 인사 스타일과 달랐다”며 특보단 신설에 대해 “소통이 부족하고 여론과 격리 돼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특보단은 보통 대선이나 총선 등 특별한 시기에 잠시 도입된다. 청와대는 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일방적으로 특보단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에게 특보단의 취지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설명하지 않았고 언론들도 분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문화 특보로 내정된 김성우 전 SBS 기획본부장은 SBS 임원이면서 동시에 특보 겸직을 하겠다고 나서 비판을 받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세 비서관 역시 비위의 증거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세 사람이 청와대에 남게 됐더라도 그들을 둘러싼 구설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 덮고 가자는 뜻이라 볼 수 있다.

총리와 부총리 서열 걱정하는 조선·동아

조선일보는 <서열 꼬인 총리·부총리 잘 해나갈까>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인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비해 후배라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이 후보자는 비정규직 채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겠다는 최 경제부총리 주장에 대해 반대했고,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황 사회부총리 주장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 24일자 동아일보 3면.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세 명 모두 소신이 강해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지역적으로 이 후보자는 충청, 최 부총리는 영남, 황 부총리는 수도권출신”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5선인 황우여 부총리가 3선 이완구 총리 밑으로 간다고 보도했다.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내각으로, 레임덕 징조? 

하지만 경향신문은 총리와 부총리 2명이 모두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것에 대해 “정권 말기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인사로 박근혜 내각이 노무현 정부 말기 내각과 닮았다”며 “레임덕 방지와 차기 대선 주자군 관리 차원으로 해석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6년 1월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을 산업자원부 장관에,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했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을 무시한 개각”이라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했다. 

   
▲ 24일자 경향신문 3면.
 

이완구 후보자를 띄워 소통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조중동의 분석과 달리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소통에 관심 없고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만 커진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수사 검사 출신이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승진 발령한데서도 드러난다”며 “비서실장(유임), 검찰총장 출신의 신임 이명재 민정특보까지 합하면 청와대 안의 ‘검찰 상전’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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