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보로 임명된 SBS 김성우 기획본부장이 SBS 임원직을 유지해 겸직 논란이 일자 23일 SBS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23일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사회문화특보에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을 임명했다. 김성우 본부장은 1982년 MBC, 1989년 세계일보를 거쳐 1991년 SBS에 입사했다. 김성우 본부장은 SBS에서 도쿄 특파원과 인사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2009년부터 기획실장과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조직개편 발표 직후 김성우 본부장이 사회문화특보직을 수행하면서 SBS 임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권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언론인이 청와대 특보와 언론사 임원을 겸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 SBS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채수현 본부장은 “청와대는 정치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사회문화특보가 자문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언론사의 임원이 청와대의 공식직함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 본부장은 “그렇게 되면 SBS라는 언론사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연결된다”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김성우 본부장이 23일 오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수현 본부장은 “자문역할을 하는 것이라 보니 김성우 본부장이 큰 문제가 없다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며 “겸직 소식이 알려진 후 후배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겸직여부를 떠나 언론인이 곧바로 청와대행을 하는 경우가 잦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디지털 YTN 사장 출신이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 SBS 이사회 의장을 지낸 후 박근혜 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맡았다. KBS 기자 출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2월 청와대 대변인 임명 전날까지 KBS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를 했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전날까지 KBS메인뉴스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SBS의 경우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하면 4번째 청와대행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최금락 SBS 방송지원본부장은 청와대 홍보수석, 하금열 SBS 상임고문이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맡기도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사는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기관인데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행을 택하는 것은 언론윤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청와대 직행이 관례가 되면 언론인들이 끊임없이 정치권과 인연을 맺고 줄을 대려하는 게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선례를 만들면 안 되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인이 청와대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언론을 정부홍보기관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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