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정부 3.0’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보공개 및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개방과 공유를 통한 정부 3.0 달성 전략을 발표하고 취임 이후 국무총리 소속으로 정부 3.0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정부 3.0은 인터넷을 통한 국민들이 제한된 참여(정부 2.0)를 넘어 정부가 능동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국민과의 소통과 정부의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한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정부 3.0비전 선포식에서 “국민을 중심에 두고 개방과 공유의 정부운영을 펼쳐나갈 때 깨끗하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며 “공공정보 1억 건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도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국민들이 행정정보를 직접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특히 청와대는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방·공유·소통… 청와대의 높은 벽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청구 중 비공개 답변율은 4%(전체36만 여건 중 전부공개 87%, 부분공개 9%)다. (2013년 기준)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청와대의 정보공개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3년 청와대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중 비공개 답변율은 27%(전체청구건수 86건 중 비공개건수 23건)로 다른 기관의 4배에 달했다. 2014년도 청와대에 접수된 청구건수 141건 중 비공개 답변도 35건으로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도 청와대의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사유를 보면 23건 중 ‘국방 등 국익침해’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과 ‘특정인의 이익·불이익’이 각각 4건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도 비공개 답변 35건 중 ‘국방 등 국익침해’ 사유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 사생활 침해’가 3건, ‘재판관련 정보’가 2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3.0 비전선포식에서 정보공개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수요자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며 정보공급자 마인드로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비협조적인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부존재’ 처분이다. 정보공개청구 전문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 조민지 간사는 “청구 결과 ‘정보부존재’ 처분을 받으면 불복절차가 없는데 해당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자료임에도 ‘청구한 형태’의 자료가 없다는 식으로 부존재 처리하기도 한다”며 “이런 처분을 받더라도 시민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그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10일 범위 내에서 공개여부 연장이 가능하다.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결정시 그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기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이의신청과 무관하게 결정통지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부존재 결정시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정보제공 버티면 속수무책 

비공개 결정 이후 행정심판을 통해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지연시켜 위자료를 물어준 사례도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09년 4월 서울시에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홍보비와 광고비 사용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행정심판위원회는 서울시가 비공개결정을 한 부분에 대해 정보공개결정을 내렸지만 서울시는 즉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4월에도 같은 내용을 청구했지만 또 공개를 거부했다. 법원은 서울시와 담당 공무원이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전 소장(당시 소장)에게 손해배상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이 자신의 이해와 편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정보공개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범죄와 다름없다”며 “공개결정에도 서울시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데 처벌조항이 없으니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보제공 폭탄돌리기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행태도 많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용노동부(고용부)에 ‘한수원의 외주 및 하청노동자 근로형태와 규모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다. 책임기관을 확실히 알 수 없기에 원자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원안위와 한수원, 그리고 고용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부 세 곳에 자료를 요청했다.

원안위는 담당기관이 한수원이라며 한수원으로 청구신청을 이송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으로 청구신청을 이송했다. 한수원의 소재지가 서울 강남구에 있다는 이유였다. 서울강남지청은 이송 10일 만인 지난 12일 청구를 종결 처리했다. 서울강남지청에 관련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강남지청 정보공개청구 담당자는 “본부에서 우리한테 이송됐다. 딱 보면 우리한테 있는 정보가 아닌데 왜 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일단 받기는 했는데…”라며 “한수원에 다시 청구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강남지청은 정보공개청구를 종결처리하면서 담당자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그러나 해당 번호는 한수원 전화번호였다. 기자는 ‘종결처리’ 이유를 묻기 위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여긴 한수원인데요”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서로 책임이 없다고 미뤄 관련정보를 얻지 못해도 시민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보제공 기관도“우리가 제공기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곳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이다. 정보공개포털에 정보공개 청구대상기관 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기관도 많다. 

일례로 교육 예산을 지원받는 초·중·고 뿐 아니라 사립대학교도 모두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한 기관이다. 국·공립대학은 정보공개포털에서 청구가 가능하지만 사립대학은 직접 학교로 전화해서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립대학에서 전화를 해도 정보공개담당자를 모르거나 정보공개대상기관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정보공개포털에는 상당수 대통령 소속 위원회도 검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24일 자치구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최종 의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관련 정보를 청구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은 자치구 폐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알기 위해 2013년 10월 23일부터 진행된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본위원회(10회) 회의록’을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정보공개포털에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정보공개대상 목록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메일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이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아 부득이 전자우편으로 통보한다”며 “위원회 회의 속기록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공개 통지를 보내왔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공개청구는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정보공개건수가 2012년 71%, 2013년 73%를 기록해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공개포털 불편한 이유 있나

하지만 정보공개포털 사이트는 불편한 점이 많다. 정보공개포털은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이용할 수 없다. 반드시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사용해야한다. 또한 사이트를 이용하는 도중 인터넷 창 아래 ‘모든 콘텐츠 표시’가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초기화면으로 돌아가고 클릭하지 않으면 해당 내용을 전부 볼 수 없다. 청구조회를 하는 중간에 이 버튼이 뜨는 경우 진행된 과정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정보공개포털 서비스데스크 담당자는 “사이트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고 이달(1월) 초 불편접수 전화 창구도 2개에서 4개로 늘렸다”며 “포털에 있는 ‘정보공개도우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면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 청구 로그인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문제도 있다.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하거나 비회원 자격으로 청구할 때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8일자로 청구신청시 실명 확인을 한다며 주민등록번호를 한 번 더 입력하는 절차가 생겼다.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간사는 “(포털에서)심심치 않게 로그인이 되지 않거나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청구 초보자나 처음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정보공개 포털사이트에서부터 불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간사는 “정보공개청구의 접근성 및 편리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과도하게 개인 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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