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업계가 불황이지만 VOD(주문형 비디오)시장은 ‘예외’다. VOD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VOD 매출 자료에 따르면 IPTV 3사와 케이블TV방송 4개 업체 등 7개 회사의 VOD 수입은 3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이들 회사가 VOD로 벌어들인 수익은 1조 1,464억 원에 이른다. VOD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점유율은 안정적이다. 지상파 VOD의 비중은 해마다 큰 차이 없이 32~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동시에 안정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VOD시장은 매력적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3사가 VOD 가격인상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VOD 가격인상은 재송신료 인상과 함께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악화를 해결할 ‘출구’로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지상파 방송3사는 유료방송 업체들에게 VOD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HD화질의 편당 VOD이용료를 1,500원, SD화질의 경우 편당 1,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VOD는 일반 화질(SD) 편당 700원, 고화질(HD) 편당 1,000원이다. 2013년 지상파 방송3사는 VOD를 유료로 판매하는 기간(홀드백)을 1주에서 3주로 연장하기도 했다. 

   
▲ IPTV 3사 및 MSO 4사의 연도별 VOD 수입 현황. 최민희 의원실 자료.
 

지상파 방송3사는 ‘콘텐츠 제값받기’라는 취지에서 가격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 고사를 방지하기 위해 방송사가 할 수 있는 수익 구조 정상화 방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 인상이 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콘텐츠를 공짜로 보는 문화를 개선하자는 입장”이라며 “어느 정도 진통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료방송업계는 ‘시장침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을 하게 되면 단가는 올라가지만 이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 뿐 아니라 전체적인 이용량이 위축되면 전반적 수익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VOD 시장이 성장 단계이니 더욱 성장시키고, 그 이후에 수익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특히 유료판매기간 연장(홀드백)과 가격인상 정책이 맞물릴 경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시장침체를 예상하면서도 가격인상을 결정한 배경에 관해 정액제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VOD 가격인상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VOD 정액제 회원을 늘리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역시 “마켓판매 가격을 올리면 묶음판매 가격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며 “VOD 가격인상이 정액제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풍선효과로 정액제 회원이 증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확대해석할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 채널에 제공되는 TV 다시보기용 VOD 편당 시청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김유리 기자.
 

VOD 가격인상에 따라 이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무료 이용자가 많은 VOD 시장에서 VOD 가격인상이 콘텐츠 ‘제값 받기’라는 의도와 달리 이용자들이 불법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하 교수는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1500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시장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지난해 10월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저가 VOD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료집은 “유료 VOD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P2P 등의 불법저작물을 통해 VOD를 보는 이용자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무료 VOD 확대와 저가 VOD 등으로 이들을 합법적인 공간으로 유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전국 10~5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료방송 시청자들의 VOD 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결과 적지 않은 VOD 이용자들이 VOD에 가격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료 VOD만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36%로 나타났는데, 이들이 ‘무료 VOD만 이용하는 이유’로 ‘가격 부담’때문이라는 응답이 58.3%였다.

한편 ‘주로 무료 VOD를 이용하고 가끔 유료 VOD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52.5%였고 ‘유료VOD를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유료 VOD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한 달 평균 지불하는 VOD 이용료’는 대다수인 78%가 5,000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이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VOD 인상의 근거를 지상파3사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교수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1차적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VOD 서비스는 일종의 잉여판매인 셈인데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려면 구체적인 콘텐츠 제작비 등을 이용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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