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은 도입 4개월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법안에서 분리공시제가 빠져 논란이 일었고, 보조금이 낮게 책정되면서 모두가 ‘호갱’이 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와중에 ‘아이폰6 대란’으로 시장이 과열경쟁양상을 보이면서 ‘단통법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미래창조과학부는 끊임없이 단통법의 성과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단통법 평가 토론회’에서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 과장은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단통법 3개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도입 이후 △이동전화 가입자 수 증가 △중저가 요금제 비중 증가 △알뜰폰 및 이동통신 3사 누적 가입자 수 증가 △공시지원금 증가 △최신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통계를 단통법의 성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발표한 ‘단통법 100일 이슈리포트’에서 “지원금 상향은 단통법의 성과가 아니라 단통법 이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연대는 “중저가 요금제 가입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단통법의 효과라기보다는 국민들이 과도한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고통에 스스로 중저가 요금제라는 해법을 찾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 미래창조과학부가 6일 발표한 자료. 2014년 이동통신 3사 소비자의 평균가입요금 수준.
 

한현배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 역시 “시장이 충격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면 자체복원력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흐름들이 모두 단통법의 효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단통법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통법 도입 이후 이용자 차별행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은 시민사회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전처럼 이용자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큰 폭으로 차이가 벌어지는 일이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단통법 ‘폐지’가 아닌 ‘보완’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피피넷의 표 대표도 “단통법이 문제가 많지만 도입이전에 비해 이용자 차별행위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보완돼야 할까. 참여연대는 단통법 보완책으로 △지원금 분리공시제 도입 △휴대폰 판매 가격의 국내외 차별 금지 △분리요금제에서의 통화요금 할인율을 12%에서 대폭 상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마디로 단말기와 요금의 가격거품을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방안은 분리공시제 도입이다. 분리공시제는 보조금을 구성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제조사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 거품이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본래 단통법에는 분리공시제가 포함돼 있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법안에 분리공시도입을 빼라고 권고했다”며 “그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는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삼성전자의 로비와 박근혜 정권 규제완화의 광풍을 만나 무산되면서 단통법은 더욱 문제 많은 법이 돼버렸다”며 “지금이라도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바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 ⓒ연합뉴스
 

이통사들이 통신요금경쟁을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주말 발생한 ‘리베이트 대란’ 역시 이통사들이 단말기 가격이나 요금경쟁 대신 리베이트 경쟁을 하며 불거졌다. 안 처장은 “이번 건은 ‘아이폰6 대란’ 때와 달리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이지만 시장이 과열된 본질적 상황은 다르지 않다”며 “단말기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고, 이통사들이 통신요금 할인경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문제는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단통법 위반행위에 대해 보다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 대표는 “지난 주말에 벌어진 리베이트 과열경쟁 건 외에도 음성적으로 이용자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 대표는 “조금이라도 편법을 통해 페이백하는 곳은 돈을 벌고 있고, 법과 원칙을 성실히 지키는 판매점이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며 “최소한 방통위가 지금보다 확고한 제재조치를 취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부터 방통위는 지난 주말 발생한 리베이트 대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단통법 위반행위가 적발된다면 그간 방통위의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아이폰6 대란’의 책임을 물어 이통3사 임원진을 형사고발하고 대리점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단행했다. 조사결과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방통위는 ‘사후약방문’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제재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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