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위원회에 참여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 변호사들에게 소환을 통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등 국가 폭력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는 2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과거사 청산을 위한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 시작한 수사는 표적수사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지난 19일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이번 주 중으로 소환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변호사들을 변호사법 제31조 ‘공무원·조정위원 등을 역임했던 변호사는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조사할 방침이다. 민변 변호사들이 과거사위 활동 이후 같은 사건을 대리해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 폭력 피해자들은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곧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전쟁유족회 박용현 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법적인 절차 없이 수천여명이 살해된 사실에 대한 진상이 노무현 정부 때 규명됐고 민변을 통해 소송에서 승소했다“며 ”검찰의 수사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치 피해자 장영달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은 간첩조작을 통해 정권을 유지했다”며 “박근혜 정권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인권변호사에 대한 표적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동아투위 이후 40년 동안 때로는 감옥까지 가면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인권변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검찰이 유신독재처럼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것은 반역사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국가 폭력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가 2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검찰이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위원회에서 활동햇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검찰은 아직 민변 소속 변호사들을 소환조사하지는 않았다. 이에 김종채 긴급조치9호피해자모임 운영위원은 “검찰이 지금 치졸하게 심리전을 벌이는 것”이라며 “소환조사를 미리 언론 등에 통보하면서 변호사들을 협박해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운영위원은 “이 사건은 고검 송무부에서 수사 의뢰를 시작했는데 이들은 국가를 대신해 소송하는 소송당사자”라며 “국가 폭력 피해자를 변호했던 이들을 상대로 적절하지 않은 상대가 공격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이 인권변호사들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마저 빼앗아 벼랑 끝으로 내몰겠다는 뜻”이라며 “탄압받던 국가폭력 피해자들 곁에 항상 인권변호사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가 인권변호사들 곁에서 그들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19일 “이번 검찰 수사는 10년 이상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과거사 청산 작업을 역행하려는 의도”라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를 전제로 한 변호사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법을 과잉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조사국장을 맡았던 이명춘 변호사 등 민변 소속 변호사 5~6명에 대해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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