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널리즘’이 황폐화됐다. 뉴스는 파편화되고 중요한 의제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와 같은 주류 기득권매체에서 인터넷 연예매체까지 선정적,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털의 기사유통독점’ 문제를 지적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언론의 디지털전략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 떨어져 학계에서 바라본 ‘온라인 저널리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미디어오늘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오랜 기간 온라인 저널리즘 분야를 연구했다. 책 <온라인 저널리즘>을 펴내기도 했다.

황 교수는 “온라인 저널리즘 붕괴에 대해 포털책임론과 언론책임론, 양측의 비판논리들이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흐름으로 보면 2002년까지는 개별 언론사들의 독자적인 웹사이트 트래픽 비중이 높았으나 이후에는 포털로 집중화된다. 이때 포털사업자들이 자원배분에 취약했다. 인터넷 신문사들은 콘텐츠투자를 하지 않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경쟁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임했다. 그 결과 언론이 성장 동력을 잃었고 포털종속이 심화됐다.”

   
▲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 교수는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이 황폐화된 이유 중 하나로 ‘시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 작은 나라에 5000개가 넘는 인터넷 신문이 등록돼 있다”며 “공급과잉으로 인한 무한 경쟁이 오늘날 뉴스시장의 행위왜곡을 가져오는 근본적 문제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 사업자’인 포털에 제도적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황 교수는 회의적이다. 그는 “제도적 규제보다는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강제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판단기준 중 하나는 ‘직접취재’를 하는지 여부다.” 황 교수는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취재에 많은 노력을 들이는 언론을 독자들이 알아보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영논리 역시 판단 기준 중 하나다. 황 교수는 “언론은 그간 진영논리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진영논리를 없앨 수는 없지만, 다소 약화시킬 필요는 있다. 정파성에 종속되는 저널리즘이 근본적으로 위기를 초래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당분간 포털의 뉴스유통독점이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뉴스에 대한 패러다임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뉴스의 공급, 유통, 소비구조가 SNS와 같은 사적개인의 수평적 네트워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뉴스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단계에 돌입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언론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전반적 신뢰하락은 물론 소수의 '엘리트신문'과 다수의 '루저신문'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 아시아경제의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 '그섬, 파고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기자의 역할 변화가 요구되기도 한다. ‘의미부여자’, ‘해설자’, ‘큐레이터’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황 교수는 기본적으로 뉴스의 속성이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의 역할 또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스는 사실에 기반하는 것이다. 기자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공하는 일을 한다. 또 기자는 사회적 영향력을 지녀야 한다. 이 점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세상을 바꿔도 저널리스트가 사회 시스템 내부에서 수행해야 하는 기본적인 역할은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본다.”

황 교수는 “사람들은 여전히 뉴스에 목말라한다.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다”며 “관건은 자기가 믿고 투자할만한 좋은 저널리즘이 얼마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언론이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는 그 자체로 수익을 얻기는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데이터저널리즘도 중요하다.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끝으로 ‘콘텐츠’ 뿐 아니라 신문산업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규모의 경제나 네트워킹을 실현해야 한다. 언론 스스로 새로운 산업, 신문산업 내 연합, 인수합병 전략 등 최소한 규모를 갖추는 전략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경쟁이 될 것이고 독자들도 언론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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