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썩은 우유를 생산해 소비자들 집 앞까지 배달하고 돈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배탈이 나든지 말든지 관심 없다. 그저 돈만 벌려고 한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은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의 현실을 이렇게 비유했다. 백 본부장은 온라인분야 전문 언론인이다. 아시아경제의 첫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인 ‘그 섬, 파고다’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 온라인 저널리즘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백 본부장은 “인터넷 공간에서 선정적인 기사와 연성기사가 범람하고, 양질의 기사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트래픽이 전부가 됐다”며 “온라인 저널리즘이 ‘발전’은커녕 ‘공멸’ 직전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털위주의 언론유통구조가 온라인저널리즘의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은 어쩌다 포털에 종속됐을까. 백 본부장은 한국 온라인 신문 20년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펜을 꺼내들고 책상에 놓인 신문지 여백에 글을 썼다. ‘닷컴정책의 실패’. 설명이 이어졌다.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종이신문들이 인터넷사업에 진출했다. 종이신문만 만들던 언론들이 인터넷에 다들 대응은 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언론은 인터넷을 ‘밑반찬’으로 여겼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밑반찬’의 의미는 이렇다. 백 본부장은 “많은 언론이 ‘닷컴’이라는 별개의 회사를 만들었지만 담당자는 신문편집국의 한직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닷컴의 담당자가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기사는 오프라인기사를 그대로 옮겨놓는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인터넷을 ‘밑반찬’으로 여기는 사이 포털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백 본부장은 “포털이 언론의 기사를 원했고, 언론입장에선 종이신문에 이미 나간 기사를 그대로 포털에 보내니 공짜로 돈을 번다고 느꼈다”며 “언제부턴가 독자들은 포털뉴스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아차’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포털 종속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백 본부장은 “쉽지 않다”면서도 “뉴스와 포털의 관계가 우리 같은 곳은 없다. 언론과 포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재정립’은 ‘독립’을 말한다. 백 본부장은 ‘언론의 포털독립’ 후 ‘콘텐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본부장은 “물론 포털과 독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언론사들은 주판을 튕겨보면 포털제휴를 끊는 게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그 다음단계를 생각해보자. 나는 여기에 기대를 건다. 언론사끼리 ‘콘텐츠’를 두고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
 

상황이 그렇게 되면 온라인 저널리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백 본부장은 내다봤다. 백 본부장은 “포털로부터 독립 후엔 자사 사이트 유입이 중요해진다. 고정팬층을 확보해야 한다. 더는 종이신문 기사를 인터넷에 옮겨놓는 전략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 경쟁은 저널리즘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작 그렇게 갔어야 했다. 외국이 디지털 콘텐츠에 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포털이라는 벽에 막혀 전재료 더 받을 궁리만 하고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 콘텐츠를 내놓아야할까. 현재까지 나온 ‘스노우폴’류의 디지털스토리텔링기사가 정답일까. 백 본부장은 “정답은 없다.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가 하나의 예가 될 수는 있다. 디지털, 그리고 모바일시대에 무엇이 가장 독자들한테 의미 있는지, 많은 기사형식과 내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언론이 있지 않냐고 묻자 백 본부장은 “일부 언론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세가 될 수 없다. 포털이 있는 이상 이러한 빛을 보기 힘들다. 현재만 보더라도 ‘디지털스토리텔링’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았는가”라고 답했다.

백 본부장은 끝으로 “온라인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포털과 독자의 협조는 필수적”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언론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포털이 바뀌어야 한다. 이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포털이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양질의 콘텐츠가 갖는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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