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 501오룡호 유가족들이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조산업은 오룡호 실종자 유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가 머물고 있는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3층에 15일 오전 11시경 ‘퇴실공고’를 붙여 오는 16일 금요일까지 퇴실하라고 요구했다. 

사조산업 인사총무팀장은 퇴실공고를 통해 “당사 빌딩 운영 및 관리의 애로사항 발생과 더불어 당 빌딩 입주사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바 부득이하게 퇴실 조치를 공고하오니 이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인사총무팀장은 ‘유의사항’에 “퇴실 전 ‘개인 소지품’을 두고 가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길 바란다”며 “퇴실 후 개인 소지품 분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조산업 인사총무팀 직원은 이날 오후 1시40분경 ‘퇴실공고’를 떼 갔다. 

사조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책위가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소송을 하게 되는 것으로 결정이 난 것”이라며 “소송절차로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울 사조산업 본사)에 머무는 것이 부적절해서 퇴실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 사조산업이 오룡호 실종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머물고 있는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3층에 15일 오전 11시경 붙인 ‘퇴실공고’. (사진 = 대책위 제공)
 

고장운 대책위원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14일) 사조산업 사측과 처음 협상을 했는데 서로의 주장만 확인하고 협상이 결렬됐다”며 “결렬 이후 갑자기 퇴실공고가 붙고 회사 앞에 천막도 못 치게 하니 길바닥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퇴실공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조산업 본사에는 여섯 유가족은 10여명이 남아있다. 오룡호 침몰사고로 실종(5명)되거나 사망(6명)한 선원은 총 11명인데 이중 다섯 가족은 이곳을 떠난 상태다. 고 위원장은 “회사가 유가족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협상을 하며 대책위 내에 분란을 조장했고, 회사측 말에 따르면 다섯 가족은 보상금 문제 등에 합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침몰한 오룡호에는 승선원 60명이 타있었고 지금까지 러시아 감독관 등 외국인 7명만 구조되고 27명이 사망했으며 26명은 실종상태다. 탑승 한국인 11명 중 시신은 6구가 발견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31일 러시아 정부의 해역 입어활동 금지로 수색이 중단됐다. 

대책위의 요구사항은 △사고와 소홀한 구조작업에 대해 정부와 사조산업이 책임있는 사과 △실종자 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 △서울에 분향소 설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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