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신차 발표회장에 26켤레의 신발이 놓였다.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신발이다. 지난 13일 쌍용차 신차 발표회장에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다.

JTBC와 MBC는 티볼리 발표 소식을 지난 13일 메인뉴스에서 보도했다. JTBC는 신차발표 소식과 함께 26켤레의 신발도 카메라에 담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30일을 넘은 두 노동자의 굴뚝농성도 언급했다. 그러나 MBC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JTBC, 해고노동자 ‘죽음’ 다룰 때… MBC, 신차발표 행사에 집중

두 방송사의 보도 태도는 리포트 제목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13일 JTBC <뉴스룸>의 쌍용차 신차발표회 리포트 제목은 ‘쌍용차 신차에 신발 놓인 까닭…’이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제목은 ‘4년 만에 신차 쌍용 부활하나’였다.

JTBC는 리포트에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세상을 등진 쌍용차 해고 근로자와 가족을 상징하는 신발 26켤레를 늘어놨다”라고 보도했다. 쌍용차대책위의 기자회견 모습도 전파를 탔다. 쌍용차대책위가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켜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화면에 나왔다. JTBC는 “쌍용차 평택 공장 굴뚝에는 해고자 두 사람이 한달 째 고공 농성중”이라며 굴뚝농성을 언급했다.

반면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티볼리의 성능과 가격설명, 시장전망을 주로 다뤘다. 티볼리 발표회장에서 열렸던 쌍용차 대책위의 기자회견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서 해고자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건 아니다. MBC는 발표회에서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티볼리 판매실적에 따라) 지난 2009년 구조조정 이후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 13일 MBC뉴스데스크와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그러나 쌍용차의 ‘순차적 채용’ 계획에는 맹점이 있다.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선택하지 않고 파업에 돌입했던 노동자들은 채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발표회 때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153명은 스스로 정리해고의 길을 택한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 대표이사의 발언과 의미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JTBC는 이 발언을 전하며 “(쌍용차가)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선택하지 않았던 153명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굴뚝농성 ‘메인뉴스’ 보도… JTBC 5건, KBS 1건, SBS 1건, MBC 0건

지상파 3사와 JTBC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을 얼마나 보도했을까. 네이버와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굴뚝농성 관련 영상기사를 검색해보면 메인뉴스 기준 JTBC <뉴스룸> 5건, KBS <뉴스9> 1건, SBS <8뉴스> 1건, MBC <뉴스데스크> 0건으로 나온다. 

   
▲ 지난해 12월 24일 JTBC 뉴스룸 갈무리.
 

JTBC <뉴스룸>은 지난 13일 티볼리 신차발표회장에서 열린 쌍용차대책위의 기자회견을 다룬 것을 포함해 총 5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씨앤앰-쌍용차노조 혹한 속 고공농성’ 리포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24일 ‘“농성 풀면 대화 VS 조건 달지 말라”’리포트를 내보냈다. 또, 지난해 12월 26일 ‘비정규직 오체투지 절규’ 리포트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경기도 평택 공장 굴뚝에서 14일째 농성을 이어가며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습니다”라고 전했다. JTBC는 1월 7일 쌍용자동차가 노동자들에게 간접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한 소식을 ‘“굴뚝 농성 1명당 하루 100만원”’ 리포트에서 다뤘다.

KBS <뉴스9>은 지난 11일 ‘굴뚝데이… 곳곳 응원 잇따라’ 리포트를 내보냈다. SBS <8뉴스>는 지난해 12월 31일 ‘다사다난…슬프고 힘들었던 2014년 저물다’ 리포트에서 쌍용차 굴뚝농성 현장을 헬리콥터로 취재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MBC는 그간 노동의제를 외면했고 이번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은 사회가 보살펴야 할 약자의 절규에 귀 담아야 한다.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JTBC의 보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소수의 시청자만 본다는 한계가 있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전반적 여론으로 성장하기 위한 출구가 필요하고 공영방송이 출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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