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 지정이 취소된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지역 도서관에서 회수조치 됐다. 정부의 일방적인 우수도서 지정취소와 회수에 관해 ‘국가폭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부는 오는 31일까지 해당 도서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복지부로 보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역 도서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북한 여행기로 신씨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동명의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문화부 우수문학도서로 지정됐지만 신씨가 진행한 통일콘서트에 대한 종북논란이 불거지자 문화부가 돌연 지정 취소했다. 

문화부는 해당 책의 회수는 우수문학도서 선정 지정 취소에 따른 절차라는 입장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씨의 책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돼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의 일환인 문학나눔도서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에 배포됐다”며 “‘우수문학도서’ 마크가 책 겉표지에 인쇄 돼 있지만 지정이 취소됐기 때문에 서가에 이 마크가 찍힌 책이 있으면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회수조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부가 신은미씨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해 우수도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문학나눔대상도서 지정도 취소됐다.
 

회수 이후 처리방안에 관해 문화부 관계자는 “폐기할 계획은 없고 회수된 책은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지정취소에 따른 회수가 있었냐고 묻자 “출판된 책이 우수도서 지정 취소된 사례는 없었다. 책을 회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문화부 관계자는 밝혔다.

책 회수에 관해 신은미씨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한 것도 정부고, 이를 취소한 것도 정부고, 회수를 하는 것도 모두 정부가 결정한 일”이라며 “책 회수조치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도대체 책의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실 오마이뉴스에 북한여행기를 연재할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출판할 생각이 없어 모두 거절했다”며 “나중에 출판이 되고 또 한국정부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하고 통일부가 이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한국정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그렇다면 남북관계도 다시 좋아지겠구나’하고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동명의 오마이뉴스 연재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사진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은미씨 책의 사례는 앞으로 정부가 정책방향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책들에 대해 언제든 우수도서 지정을 취소하고 책을 회수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책들이 연달아 우수도서 지정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지정 취소한 것도 문제인데 이제는 회수까지 하고 있다. 이는 국가폭력행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은미씨 책은 북한여행에 대한 스케치일뿐 북한을 향한 특별한 가치판단이 들어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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